임동민
세계를 녹인 한국인 형제의 선율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 임동민(25)·동혁(21)씨 형제가 세계적 권위를 지닌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 연주자로는 처음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제15회 폴란드 쇼팽 콩쿠르 심사위원단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18~21일 진행된 결선 연주회 최종 심사 결과 폴란드의 라팔 블레하치(20)가 1위를, 임동민·동혁 형제가 2위 없는 공동 3위에 올랐다고 22일 새벽(현지시각) 발표했다.
한국인으론 사상 처음 수상
5년마다 열리는 쇼팽 콩쿠르는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피아노 콩쿠르’로 꼽히지만, 한국은 그동안 한차례도 수상자를 낳지 못했었다. 이번 콩쿠르에서는 일본의 세키모토 쇼헤이와 야마모토 다카시가 공동 4위를, 홍콩의 카 링 콜린 리가 5위 없는 6위를 차지하는 등 대상을 제외한 입상자 전원이 아시아 출신이었다. 함께 결선에 올랐던 손열음(19)씨는 입상에 실패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임동민·동혁 형제는 1994년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러시아로 건너가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서 9년간 공부했으며 현재 독일 하노버 음대에 재학중이다. 이들은 1996년 2회 국제 영 쇼팽 콩쿠르에서 나란히 1, 2등을 석권하며 세계 무대에 두각을 드러낸 바 있다. 동민씨는 9살의 늦은 나이에 피아노를 시작했으나, 타고난 재능과 음악적 감성으로 국내외 주요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000년 이탈리아 부조니 콩쿠르 3위, 비오티 콩쿠르에서 1위 없는 3위를 차지했고, 2002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5위를 수상해 정명훈씨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두번째 본선 수상자가 됐다. 뒤이어 2004년에는 프라하 콩쿠르에서 2위를 수상했다.
동혁씨는 7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10살 때부터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에서 수학했다. 2000년 부조니 콩쿠르와 하마마쓰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2001년에는 롱-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했다. 완벽한 기교와 깊이있는 감정 표현을 자랑하는 그는 10대 피아니스트로서는 이례적으로 세계적 음반사 이엠아이(EMI)와 전속 계약을 맺고 음반을 발매했으며, 첫 녹음반이 세계적 권위의 클래식 음반상인 ‘황금 디아파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200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했으나 수상을 거부해 클래식 동네에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연주회마다 수많은 국내 열성 팬들을 몰고 다니는 천재 연주자로도 유명하다.
어릴때부터 국제 콩쿠르 나란히 휩쓸어
수상자 발표 직후 동민씨는 “미국과 유럽에서 공부와 연주를 병행하겠다”고 말했으며, 동혁씨는 “콩쿠르는 더 이상 나가지 않고 전문 연주자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콩쿠르에서 동민·동혁 형제가 ‘2위 없는 공동 3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2위 자리를 비운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동혁씨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등을 주지 않고 공동 3등으로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임동혁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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