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리에스 일루션-에피소드’. 사진 두산아트센터 제공
리뷰 l ‘멜리에스 일루션-에피소드’
마술사 겸 영화감독이었던
멜리에스의 130년전 작업들
마술사 이은결 다원예술로
마술사 겸 영화감독이었던
멜리에스의 130년전 작업들
마술사 이은결 다원예술로
마술과 영화의 최소공약수는 ‘환상’이 아닐까. 다원예술 공연 <멜리에스 일루션-에피소드>는 환상의 의미를 파고든다. 환상은 일종의 꿈꾸기일 터이고, 꿈은 현실을 살아가는 데 힘을 준다. 공연은 ‘두산인문극장 2016:모험’의 개막작으로, 마술과 영화의 경계선을 살폈다. <멜리에스 …>의 막이 열리면, 한 늙은 남자가 등장해 상자에서 종이를 꺼내 차례로 들여다 본다. 거기엔 기관차, 마네킹, 집과 꽃 등이 그려져 있다. 그 늙은 남자는 두 사람이 뒤에서 조종하는 인형인데, 손가락의 섬세한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마술사 이은결이 등장해 그 그림들을 차례로 마술로 표현하고, 이는 즉석에서 공연장 가운데 자리잡은 스크린 위에 재생된다. 이중노출, 블루스크린, 미니어처 등을 각각 활용한 10여개의 장면이 이어지는데, 이은결은 그때마다 갖가지 마술을 부리고 그 결과는 영화적 특수효과로 화면에 정착된다. 공연 마지막에 이들 장면을 묶어서 보여주는데,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된다. 단순한 볼거리(쇼)로 여겨졌던 마술을 통해 환상이 현실에 어떻게 삽입돼 있는지 묻는다는 측면에서 형식의 확장임에 분명하다.
조르주 멜리에스(1861~1938)는 프랑스의 마술사이자 영화감독으로, 대표작으로 영화 <달나라여행>(1902) 등을 남겼다. 이중노출 등의 기술을 발견했으며 세계 최초로 종합촬영소를 세우기도 했다. 두산아트센터 관계자는 “130년 전 영화가 태동할 시절에 멜리에스가 시도했던 여러 작업들을 한 편의 공연으로 묶어냈다. 이은결이 2014년부터 구상했던 작품으로, 성공한 마술사인 그가 작가로서 나아가는 여정의 출발점이 될 듯하다”고 평했다.
요컨대 공연은 영화에 대한 찬사임에 분명하다. 영화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자랑한다. 그러나, 의문을 표시할 관객도 있을 것이다. 영화라는 장르가 탄생하고 수많은 예술적 성취가 이어졌지만, 지금 영화는 화려한 볼거리를 빼면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의 반복인 경우가 대부분 아닌가. 공연 후반부 영화가 집을 짓고 꽃을 피우는 장면이 있다. 공연자가 환등기를 돌리면, 탁자 위에는 모형 집이 커지고 조화의 꽃봉우리가 터진다. ‘집’과 ‘꽃’은 삶에서 꼭 필요한 무언가를 상징할 터이다. 요즘도 영화가 집을 짓고 꽃을 피우고 있는가. 4월2일까지 서울 종로5가 두산아트센터. 푯값 1만~4만원.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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