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영화의 시작에는 마술사가 있었다

등록 2016-03-29 20:52

‘멜리에스 일루션-에피소드’. 사진 두산아트센터 제공
‘멜리에스 일루션-에피소드’. 사진 두산아트센터 제공
리뷰 l ‘멜리에스 일루션-에피소드’

마술사 겸 영화감독이었던
멜리에스의 130년전 작업들
마술사 이은결 다원예술로
마술과 영화의 최소공약수는 ‘환상’이 아닐까. 다원예술 공연 <멜리에스 일루션-에피소드>는 환상의 의미를 파고든다. 환상은 일종의 꿈꾸기일 터이고, 꿈은 현실을 살아가는 데 힘을 준다. 공연은 ‘두산인문극장 2016:모험’의 개막작으로, 마술과 영화의 경계선을 살폈다. <멜리에스 …>의 막이 열리면, 한 늙은 남자가 등장해 상자에서 종이를 꺼내 차례로 들여다 본다. 거기엔 기관차, 마네킹, 집과 꽃 등이 그려져 있다. 그 늙은 남자는 두 사람이 뒤에서 조종하는 인형인데, 손가락의 섬세한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마술사 이은결이 등장해 그 그림들을 차례로 마술로 표현하고, 이는 즉석에서 공연장 가운데 자리잡은 스크린 위에 재생된다. 이중노출, 블루스크린, 미니어처 등을 각각 활용한 10여개의 장면이 이어지는데, 이은결은 그때마다 갖가지 마술을 부리고 그 결과는 영화적 특수효과로 화면에 정착된다. 공연 마지막에 이들 장면을 묶어서 보여주는데,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된다. 단순한 볼거리(쇼)로 여겨졌던 마술을 통해 환상이 현실에 어떻게 삽입돼 있는지 묻는다는 측면에서 형식의 확장임에 분명하다.

조르주 멜리에스(1861~1938)는 프랑스의 마술사이자 영화감독으로, 대표작으로 영화 <달나라여행>(1902) 등을 남겼다. 이중노출 등의 기술을 발견했으며 세계 최초로 종합촬영소를 세우기도 했다. 두산아트센터 관계자는 “130년 전 영화가 태동할 시절에 멜리에스가 시도했던 여러 작업들을 한 편의 공연으로 묶어냈다. 이은결이 2014년부터 구상했던 작품으로, 성공한 마술사인 그가 작가로서 나아가는 여정의 출발점이 될 듯하다”고 평했다.

요컨대 공연은 영화에 대한 찬사임에 분명하다. 영화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자랑한다. 그러나, 의문을 표시할 관객도 있을 것이다. 영화라는 장르가 탄생하고 수많은 예술적 성취가 이어졌지만, 지금 영화는 화려한 볼거리를 빼면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의 반복인 경우가 대부분 아닌가. 공연 후반부 영화가 집을 짓고 꽃을 피우는 장면이 있다. 공연자가 환등기를 돌리면, 탁자 위에는 모형 집이 커지고 조화의 꽃봉우리가 터진다. ‘집’과 ‘꽃’은 삶에서 꼭 필요한 무언가를 상징할 터이다. 요즘도 영화가 집을 짓고 꽃을 피우고 있는가. 4월2일까지 서울 종로5가 두산아트센터. 푯값 1만~4만원.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