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두 코리아의 통일’. 사진 극단 프랑코포니 제공
리뷰Ⅰ 연극 ‘두 코리아의 통일’
20개 사랑이야기 ‘분절적 전개’
삶의 다양한 단면 보여줘 호평
20개 사랑이야기 ‘분절적 전개’
삶의 다양한 단면 보여줘 호평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보통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남북의 이산가족이 상봉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라고 한다. 프랑스의 극작가 겸 연출가 조엘 폼므라는 이런 남북 분단의 이미지를 남녀 간의 헤어짐과 만남으로 연결시켰다.
“우리가 만났을 때, 완벽했어. 우리는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반쪽 같았어. 멋졌지. 마치 북한과 남한이 국경을 열고 통일하는 것 같았고, 서로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다시 만나는 것 같았어. 축제였어, 우리가 다시 연결되어 아주 멀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었어.”
연극 <두 코리아의 통일>의 한 장면이다. 물론 제목처럼 정치적인 내용은 아니다.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기괴한 20개의 사랑 이야기는 삶의 다양한 단면을 보여준다. 2013년 프랑스에서 초연해 프랑스 평론가협회 프랑스어 창작 대상 등을 휩쓸었다. 극단 프랑코포니가 올리고 한국외대 불어과 교수인 까띠 라뺑이 연출했다.
‘사랑으로는 충분치 않아’라는 에피소드를 보자.
여자 “(출구 쪽으로 걸으며)정말,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그 걸로는 충분치 않아.” 남자 “그건 말도 안 돼!” 여자 “미안해.” 남자 “미치겠군.” 여자 “사랑, 사실 그 걸로는 충분치 않아. (멈춰, 뒤돌아보며, 깊이 생각하는 듯)그래 그런 거야. 끔찍하다는 걸 알아. 사랑 그걸로는 충분치 않아.”
여자의 갑작스런 이별 통보에 남자는 어리둥절하다. 이유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관객은 여배우의 단호한 말투에 웃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극중 남자처럼 관객도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저 이유를 이리저리 궁리해볼 뿐이다. 삶은 때로 아러러니로 가득하고 불가해하다. 20개의 이야기는 원인, 결말을 보여주지 않고 분절적으로 전개된다. 폼므라는 왜 이야기를 통일성 없이 모자이크처럼 구성했을까? 작가는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대신 관객에게 ‘스토리텔링’을 넘긴다. 4월3일까지 서울 대학로 눈빛극장.
폼므라가 쓴 또 다른 연극 <이 아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방해 사건’으로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 10월 김정 연출이 <이 아이>의 한 에피소드로 연극을 올렸을 때, 예술위 공연예술센터 쪽은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며 문제 삼았다. 이 사태는 ‘검열 파문’으로 확산됐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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