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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무대전환 50번…‘최후의 무대’ 인상적

등록 2016-03-30 18:51수정 2016-03-30 21:06

사진 ㈜이엠케이(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사진 ㈜이엠케이(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리뷰] 뮤지컬 ‘마타하리’

1차대전 이중스파이의 사랑
화려한 의상·춤사위 볼거리
잦은 고음·평면적 인물 ‘티’
국내 창작 초연으로 125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뮤지컬 <마타하리>가 드디어 관객에게 첫선을 보였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이중스파이 혐의로 총살당한 매혹적인 무희 마타하리를 100년 만에 다시 무대에서 만나는 셈이다.

29일 저녁 첫 본공연이 펼쳐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무대의 막이 오르고 ‘마타하리’(옥주현)는 사형대 위에 서 있다. 그리고 곧바로 과거로 돌아가 1917년 마타하리가 프랑스 파리 물랑루즈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 이어진다. 마타하리는 당시 인도에서 온 신비한 여인으로 알려지면서, 파리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었다. 배우 옥주현은 빼어난 몸매에 관능미 넘치는 춤사위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공연에서 마타하리는 옥주현과 김소향이 교대로 연기한다.

그러던 어느날 프랑스 정보당국의 최고책임자인 ‘라두 대령’(류정한, 김준현, 신성록)이 찾아와 스파이가 될 것을 요구한다. 불행했던 과거를 폭로한다는 협박에 이기지 못해, 마타하리는 독일 장교한테서 기밀문서를 빼온다. 이와 별도로 마타하리는 우연히 조종사 ‘아르망 소위’(엄기준, 송창의, 정택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사진 ㈜이엠케이(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사진 ㈜이엠케이(EMK)뮤지컬컴퍼니 제공

공연은 마타하리의 춤과 의상 외에도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특히 커다란 삼각형 모양의 무대가 앞으로 나와 회전하면서 독특한 무대효과를 낸다. 무대 배경도 50번 이상 수시로 교체되면서 빠른 극 전개를 돕는다. 극 중반에 마타하리가 물랑루즈에서 춤추는 장면을 뒤에서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뛰어난 무대연출 솜씨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창작 뮤지컬로선 보기 드문 완성도가 느껴진다. 이 모든 것은 제작사인 이엠케이(EMK) 쪽이 연출, 작곡, 작사, 극작 등을 모두 미국 뉴욕의 전문가들에게 맡겨 4년 동안 준비했기에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무대는 볼거리만으로 채워지진 않는다. 전체 30곡의 노래 가운데 마타하리가 사랑에 빠져 부르는 노래 ‘예전의 그 소녀’는 서정미가 넘친다. 잔잔한 멜로디의 ‘노래는 기억해’도 관객의 귓가에 남는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노랫말의 시적 감흥이 떨어진다. 한껏 목청을 높이면서 주먹을 불끈 쥐면서 노래를 마무리할 때 객석에서 큰 박수가 나오지만, 너무 잦으면 감동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이야기 전개는 여러 대목에서 관객의 몰입을 방해한다. 마타하리의 연인인 아르망 소위라는 인물은 이번 공연 흥행의 중요 요소임에도 평면적이고 단순하다. 극 전개의 열쇠가 되는 라도 대령은 ‘3단 변신’을 하면서 과부하가 걸린다. 애국심에서 마타하리에 대한 욕정어린 사랑으로, 마지막엔 그녀를 배신하고 사형대로 보낸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주교를 떠올리게 하는 매력적 인물이 될 수 있었음에도 변신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결국 극 전체는 결말(마타하리의 죽음)을 향해 떠밀려 간다는 느낌을 준다. 대형 뮤지컬이라는 게 큰 붓으로 세밀화를 그리는 어려운 작업임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이렇게 성과와 한계를 머금고 흘러가던 공연은 마지막에 대역전극을 노린다. 마타하리의 최후에 이르러 훌륭한 무대 장치가 더욱 빛을 발하며, 마타하리가 “나의 최후의 무대”라면서 사형장으로 향하는 모습은 깊은 인상과 감동을 건넨다. 사랑에 목숨 거는 여인이라는 흔한 설정을 벗어나 마타하리라는 인물이 입체감을 갖추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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