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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손끝에 다양한 감정 녹여, 공작새같이 펼치겠다”

등록 2016-03-30 21:09

피아니스트 김태형 새달 독주회

섬세한 감수성·고난도 기교
음악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
완성도 높은 무대 조용한 찬사
12일부터 광주·서울·수원 순회
  사진 금호아트홀 제공
사진 금호아트홀 제공

김태형(31)은 조금 다른 피아니스트다. ‘별들의 전쟁’을 연상하게 하는 1980년대 중후반 출생 또래 피아니스트들의 각축전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자신만의 길을 가는 듯 보인다. 그에게는 젊은 연주자 특유의 조급함이나 과장된 면모가 없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섬세하고, 담담하다. 그의 연주는 의자에서 스프링처럼 튀어올라 즉각적으로 환호하기보다는, 잔향이 희미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숨을 몰아쉬며 긴 여운을 즐기게 한다.

그는 기복 없이 거의 매번 완성도 높은 무대로 평단의 찬사를 받지만 대중 앞에는 잘나서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걸출한 무대 이후에도 충분히 회자되지 않은 채 조용히 지나갈 때가 많다. 그래도 개의치 않는 듯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간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젊은 피아니스트임에도, 그에게는 독주회 때마다 조용히 다녀가는 고정 팬들이 많다. 2004년 포르투 국제피아노콩쿠르 한국인 최초 1위를 시작으로, 롱티보 국제음악콩쿠르 4위(2007년), 퀸엘리자베스 국제음악콩쿠르 5위(2010년), 헤이스팅스 국제피아노콩쿠르 1위(2013년) 등 수많은 콩쿠르에 입상했지만, 콩쿠르 성적은 그를 설명하는 수식어로 그리 자주 언급되지 않는다.

김태형이 4월12일 광주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아트홀을 시작으로 14일 서울 광화문 금호아트홀, 15일 경기 수원에스케이(SK)아트리움 소공연장을 순회하며 또 한 번 독주회를 연다. 레퍼토리는 장르적, 형식적 아이디어가 아닌 지극히 음악적 감성에 따라 구성됐다. 1부 첫 곡으로 연주하는 부소니 편곡의 바흐 오르간 코랄 전주곡과 2부 첫 곡으로 연주하는 리스트 편곡의 바흐 오르간 전주곡과 푸가 가단조의 대구가 언뜻 눈에 띄지만, 그런 발상보다는 각 곡의 음악적인 연결에 무게가 실렸다. 부소니 편곡의 바흐는 슈만 피아노 소나타 2번으로 흐르고, 리스트 편곡의 바흐는 리스트의 대작 <순례의 해> 중 ‘두번째 해 이탈리아’의 ‘페트라르카의 소네트’와 ‘단테를 읽고: 소나타풍 판타지’로 나아가 장대한 피날레에 이른다. 소박한 서정과 거대한 서사, 섬세한 감수성과 고난도의 기교 사이를 널뛰는 듯하지만 음악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그다운 프로그램이다.

독일 뮌헨에 머물고 있는 김태형은 전화 통화에서 “‘나는 진정 어떤 연주를 하고 싶은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내가 어떤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목소리가 나다운지를 발견하기 위해 가지각색의 노래를 해보는 중이다. 지난해에 연주했던 스크랴빈도 그 이전의 라흐마니노프도 그러한 맥락이었다. 이번 독주회 프로그램 역시 손끝에 다양한 감정을 녹여 공작새같이 여러 색을 펼쳐 보이고픈 마음에서 엮었는데 다소 무거운 구성이 됐다. 신에게서 오는 듯한 소리와 인간 본연의 불안한 내면의 소리, 삶과 죽음, 천국과 지옥의 이야기가 함께 담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저 연주를 잘해낸다는 것을 넘어 듣는 이의 감정을 함께 이끌어내어 묵직한 느낌을 전해주고 싶다. ‘페트라르카의 소네트’는 좀 더 색채감을 풍부하게 살리고 ‘단테 소나타’는 진행감이 빠르고 처절하게 표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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