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벨. 사진 수성아트피아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 인터뷰
서울 아닌 대구서 1차례 공연
비탈리·베토벤·라벨 등 연주
서울 아닌 대구서 1차례 공연
비탈리·베토벤·라벨 등 연주
“10년만에 한국팬을 만나게 돼 매우 흥분되고 기대된다. 요즘은 진지한 음악들만 연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프로그램 끝부분에서 봉봉 초콜릿같은 달콤함을 느끼도록 하겠다.” 달콤한 곡이 대체 무엇일지 궁금증이 커진다. 그 마지막 곡은 공연 당일 무대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꽃미남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48)이 10년만에 한국 무대에 선다. 그런데 서울이 아니라 대구에서, 그것도 단 한 번만 공연한다. 세계적인 연주자가 왜 그렇게 할까. 그를 초청한 대구 수성아트피아 쪽은 “서울의 대형 기획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공연을 성사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차례만 공연하는 건 오는 9일 싱가포르 공연과 12일 대만 공연 사이인 11일 단 하루만 시간이 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전자우편을 통해 벨을 미리 만났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비탈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샤콘느, 베토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9번 ‘크로이처’, 라벨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을 연주한다. 물론 마지막 곡은 아직 비밀이다. 선곡 배경이 궁금했다.
“비탈리는 베토벤의 크로이쳐 소나타를 멋지게 편곡했다. 바로크 시대에 대한 존경의 뜻으로 바로크의 화음으로 시작한 다음 과장되게 베토벤에 접근한다. 이 곡은 협주곡 풍의 소나타 레퍼토리 중에서도 최고의 기교를 보여준다. 그리고 나는 항상 작곡가 라벨을 사랑해왔고 나의 파트너 피아니스트 알레시오 백스와 함께 즐겨 연주해왔다.”
벨에게는 ‘40억 바이올린의 사나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수식어가 쏟아진다. 아이돌 버금가는 인기로 수많은 소녀팬을 거느린 꽃미남 스타에서 이제 영국의 관현악단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의 음악감독이라는 지위도 낯설지 않다.
4살에 처음 바이올린을 잡았다. 14살에 거장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뉴욕필, 런던필 등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과 화음을 맞췄다. 2007년 워싱턴 디시 지하철역에서 신분을 숨긴 채 40분간 거리 연주를 펼쳐 화제를 일으켰다. 아카데미 영화음악상을 받은 1998년작 <레드 바이올린>의 주제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영화 작업을 하는 동안 아주 흥미로웠다. 단지 음악고문만이 아니라 긴 머리를 하고 주연배우의 대역으로 모든 음악을 연주했다. 그때 찍은 사진이 우리 집에 걸려 있다.”
벨이 연주하는 바이올린은 171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후베르만’이다. 바이올린 제작의 황금기에 만들어진 40억원에 이르는 명품이다. 그는 “아마 500개 정도의 스트라디바리우스만이 현재 남아있을 것이다. 내 바이올린은 유대계 폴란드인 바이올리니스트 브로니슬라프 후베르만이 소유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미 많은 것을 이룬 그에게 남은 목표가 있는지 궁금했다. “나는 앞으로 내가 작곡한 곡들과 새로 추가한 카덴차(기교를 뽐내는 즉흥연주)를 협업을 통해 음반으로 남기고 싶다. 나는 그 작업을 위해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다.” 오는 11일 오후 8시 대구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053)668-1800.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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