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오 제이드, 23일 10돌 공연
지난해 국제 콩쿠르 입상 영예
‘슈베르트 전곡’ 앙상블 선보여
지난해 국제 콩쿠르 입상 영예
‘슈베르트 전곡’ 앙상블 선보여
도르르~ 도르르~. 은쟁반에 옥구슬 세 개가 굴렀다. ‘트리오 제이드’라는 이름의 세 옥구슬은 첼로 이정란, 바이올린 박지윤, 피아노 이효주다. 2006년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 재학하던 동기생인 셋이 팀을 결성한 이래, 이들은 청아하고 정제된 화음을 빚어 실내악의 성찬을 차려왔다.
피아노 삼중주단 트리오 제이드가 이달 10돌 기념 공연 ‘셋을 위한 슈베르트’를 마련했다. 갓 스물 싱싱한 에너지를 뿜어내던 앙상블은 이제 삽심대의 성숙미를 더해 더욱 깊고 풍성해졌다. 이번 성찬의 차림표는 슈베르트 피아노 트리오 전곡으로 짰다. 슈베르트가 생애 마지막 해에 쓴 곡들로 ‘피아노 트리오의 성서’로 불린다. 피아노 삼중주단의 음악성과 예술성을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지난 10년은 어떤 의미일까?
“기쁠 때나 힘들 때 늘 함께해준 멤버들이 있어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양한 무대를 거쳐 뿌리를 튼튼히 내린 나무처럼 이제 저희가 한 팀으로서 색깔을 조금 찾은 듯합니다.”(이정란) “트리오 제이드는 제게 가족 같고 음악적으로 늘 자극을 줍니다. 작년에 슈베르트 콩쿠르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정말 기뻤어요.”(박지윤) “처음 결성했을 무렵의 설렘과 풋풋함, 20대를 함께 지나오며 겪었던 성장통, 그리고 국제 콩쿠르 참가와 입상, 해외 연주 투어까지 지난 10년은 저희를 하나로 묶어줬습니다.”(이효주)
맏언니 이정란의 말대로 지난 10년은 척박한 땅에 실내악의 뿌리를 내린 시간이었다. 꽃은 눈부셨고 열매도 탐스러웠다. 지난해 제9회 슈베르트 국제 실내악 콩쿠르 한국팀 최초 ‘1위 없는 3위’, 같은 해 제8회 트론헤임 국제 실내악 콩쿠르 3위, 그리고 최근 북미 연주 투어는 우리 실내악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어린 연주자들에게 실내악단의 본보기가 됐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선 ‘잘나가는 독주자’만 주목받아왔다. ‘세월과 함께 더욱 깊어지는’ 실내악팀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이런 풍토에서 트리오 제이드의 10년은 우리 음악계에서 빛나는 한 ‘순금 부분’이다.
이들의 인연은 뿌리 깊다. 첫 만남은 스쿨버스였다. 박지윤과 이효주는 서울 예원학교 동기였고 이정란은 두 살 위였다. 매일 버스에서 봤지만 ‘하늘 같은 선배’인 이정란한테 말 한번 제대로 못 붙였다. 끊어질 뻔한 인연은 2002년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서 동기생으로 재회하면서 이어졌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지 않으면 보배가 될 수 없다. 세 사람 모두 그런 예감과 신뢰로 서로 한 꿰미로 엮었다. 이들의 앞으로 10년은 또 어떤 의미일까?
“천천히, 꾸준히 내공을 쌓고 싶습니다. 믿고 들을 수 있는 팀이 되고 싶어요. 음반작업도 꼭 해보고 싶고요.”(이정란) “이번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콩쿠르 때의 기쁨도 되살리고 우리의 넓어진 표현력을 선보이려 슈베르트를 선택했습니다. 앞으로도 한 작곡가를 깊게 공부하고 싶어요.”(박지윤) “이번처럼 한 작곡가를 심도 있게 연구하고 싶어요. 브람스 전곡 연주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이효주)
트리오 제이드의 10주년 기념 ‘슈베르트 피아노 삼중주’ 전곡 연주곡은 내림마장조 작품 897 노투르노, 제1번 내림나장조 작품 898, 제2번 내림마장조 작품 929이다. 23일 저녁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아이비케이(IBK)체임버홀.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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