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사랑의 묘약’ 소프라노 홍혜란. 사진 세종문화회관 제공
인터뷰 l 오페라 ‘사랑의 묘약’ 소프라노 홍혜란
다음달초 국내 무대에 데뷔
‘세계 3대 콩쿠르’ 성악 1위 출신
“이질감 줄까봐 한식도 자제하고
독일무대선 10배는 더 노력하죠”
다음달초 국내 무대에 데뷔
‘세계 3대 콩쿠르’ 성악 1위 출신
“이질감 줄까봐 한식도 자제하고
독일무대선 10배는 더 노력하죠”
“‘홍혜란이 자랑스럽다, 공연 잘해라!’ 낯선 축하카드를 받고 깜짝 놀랐어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메트 오페라)의 주역 가수 홍혜경 선생님이 저한테 보낸 거였어요. 줄리아드음대 유학 때 오페라에 출연했을 땐데, 당시 선생님과 저는 서로 잘 모를 때였어요. 나중에 메트 오페라에서 다시 만났을 때도 ‘잘한다고 듣고 있다’는 격려를 늘 해주셨고요. 선생님을 만나면 고향에 온 느낌이 들었어요.”
2011년 세계 3대 콩쿠르인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성악 1위를 차지한 소프라노 홍혜란(35)에게 세계적인 소프라노 홍혜경(57)은 닮고 싶은 롤모델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홍혜란은 줄리아드를 거쳐 메트 오페라에서 <호프만 이야기>의 올림피아 역 등으로 활약했다. 그는 다음달 초 <사랑의 묘약>의 주역으로 국내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다. 지난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올리는 <사랑의 묘약>은 아름답고 부유한 여인 ‘아디나’와 가난한 시골청년 ‘네모리노’가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이루는 도니체티 작곡의 희극 오페라다. 홍혜란은 여주인공 아디나를 맡았다. 이 작품에는 유명한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이 나온다. 네모리노가 이 곡을 부르면 아디나는 ‘자 받아요, 당신은 이제 자유에요’(Prendi, per me sei libero)로 화답한다. 마치 <라보엠>에서 로돌포가 ‘그대의 찬 손’을 부르면 미미가 ‘내 이름은 미미’로 화답하듯.
“아디나가 네모리스의 진심을 알아차리고 쭈뼛쭈뼛하다가 사랑한다고 크게 외치는 열정적인 아리아입니다. 쑥스러움과 망설임, 사랑에 대한 용기와 열정이 모두 담긴 곡이에요.” 아디나는 근대 한국의 시골을 배경으로 세련된 퓨전 한복에 선글라스를 쓴 신여성으로 나온다. “도도하고 섹시한 캐릭터에요. 당돌한 아디나가 진정한 여자가 되는 과정을 표현합니다.”
홍혜란은 ‘아리랑의 고장’ 강원 정선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음악교사인 친구 어머니 손을 잡고 라디오방송에 출연했고 대전시립 소년소녀합창단으로도 활동했다. 올해 모교 한예종에서 객원교수로 후배를 가르치는 그는 얼마 전 독일로 거처를 옮겼다. 남편인 테너 최원휘가 2년 동안 독일 에어푸르트극장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성악가들은 이탈리아에서 공부하고 일자리가 많은 독일 무대로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독일에 진출하는 홍혜란은 좀 색다른 경우다.
“미국에는 세계적인 가수들이 모이다 보니, 제 나이에서 주역을 맡기 힘들어요. 독일에선 제가 사는 곳의 인근 바이마르에서는 인구 7만 명 도시에도 오페라극장이 있어요. 그만큼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에요. 저는 벨칸토 소프라노니까, <리골레토>의 질다,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루치아, <피가로의 결혼>의 수잔나 등을 좋아해요.”
하지만 독일 무대는 동양인에게 그리 녹록지 않다. “여성 배역의 경우 ‘금발, 키 몇 ㎝ 이상’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는 연출가들도 있어요. 그래서 연기, 노래, 언어에서 서양인보다 열 배는 더 노력해야 하죠. 저는 외국 오페라 동료와 있을 때 절대로 한국 음식을 먹지 않아요. 좀 힘겹지만, 이질감을 주지 않으려고 나름 안감힘을 쓰는 거죠.” 다음달 4∼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399-1000.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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