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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검열 맞서 자력갱생 나선 ‘아름다운’ 극단

등록 2016-05-10 19:36수정 2016-05-10 19:36

극단 미인은 ‘아름다운 극단’을 지향한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손태영, 강해진, 박선교, 김수희, 남미정, 이명아, 이창원, 서지원, 김연수.  극단 미인 제공
극단 미인은 ‘아름다운 극단’을 지향한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손태영, 강해진, 박선교, 김수희, 남미정, 이명아, 이창원, 서지원, 김연수. 극단 미인 제공
[젊은극단을 찾아서] (6) 미인

정부 지원 없이 연극 제작 나서
12일부터 `‘당신의 손’ 무대에
검열 풍자 `‘털과 검열관’도 준비중
극단 ‘미인’이 ‘지원금 없이 연극 만들기’에 돌입했다. 12일부터 ‘자력갱생 프로젝트’ 2탄으로 <당신의 손>을 올린다. 1탄은 지난 8일 막을 내린 아리엘 도르프만 원작의 <죽음과 소녀>였다. ‘자력갱생’은 예술검열 사태를 맞으면서, 언제든 정부 지원금 없이 공연을 제작할 자생력을 갖추자는 뜻. 제작비는 오롯이 극단 보유금과 입장 수익만으로 충당한다.

2007년 창단한 미인은 ‘아름다운’ 또는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연극집단이다. 그해 김수희 대표는 여성연출가전에서 <어쩌자고 서로 만나 알게 되었는가>로 ‘입봉’했다. 하지만 창단 7년이 되도록 배우가 없는 ‘스태프만의 극단’이었다. 김수희 연출을 비롯해 이창원 무대디자이너, 이명아 의상, 전송이 음악, 박선교 조명 등 5명이 작품을 할 때마다 ‘배우를 모셔와’ 작업했다. 배우가 들어온 건 2014년. 남미정, 안창환, 강해진, 손태영 등 4명이다. 지금은 임진선 작가, 김연수·서지원 연출부를 포함해 모두 12명이다.

대학로에선 아직도 미인이 ‘김수희 1인 극단’인 줄 아는 이가 많다. 그동안 왜 스태프만의 극단을 유지했을까? 돈 때문이었다. 소극장 연극이라도 제작비 마련은 버거웠다. 김 대표가 학원 수학 강사, 과외로 6개월 동안 벌면 800만원 정도. 그 돈으로 연극을 올려 스태프와 배우 인건비를 주면 되레 500만원 정도가 빚으로 남았다. 결국, 돈을 제대로 못 주니까 미안해서 배우 단원을 못 들인 것이다. 조연출 경험을 살려 배우 선배들의 스케줄을 ‘스토킹하듯’ 줄줄이 꿰고 잠깐 빈틈이 보이면 냅다 배역을 떠맡겼다.

김수희 연출은 고등학생 때 부산 가마골소극장을 자주 가며 연극의 꿈을 키웠다. 대학 졸업 뒤 취직했다가 ‘연극병’이 도져 연희단거리패에 들어갔다. <오구>에서 전 부치는 아줌마, <맨발의 청춘>에서는 머리 끄덩이 잡고 싸우는 아줌마 등 ‘아줌마 전문 배우’로 활동했다. 연희단거리패 경험은 연기에서 스태프까지 연극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게 되는 계기였다.

배우와 스태프를 온전히 갖춘 극단으로 전환한 데는 ‘혼자 던져진 느낌’이 크게 작용했다. 2014년 혜화동1번지 5기 활동을 마치면서 ‘동인’들과 헤어지니 막막했다. 그때 우연히 ‘혼자 가면 빨리 가고 같이 가면 멀리 간다’는 인디언 속담을 본 뒤, 함께 고민하고 의지하는 극단을 만들자고 마음먹었다. 김 대표의 ‘연출 멘토’인 극단 작은 신화의 최용훈 연출의 격려도 크게 작용했다. 최 연출은 극단 운영 방식도 가르쳐주고 “혼자 하지 말고 함께 해라”라고 조언했다.

극단 미인은 대학로 22개 극단이 참여하는 ‘검열각하’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김수희 대표가 페스티벌 전체의 예술감독을 맡았고, 극단 미인은 9월 하순 <털과 검열관>을 공연한다. 검열 기술을 배우는 주인공을 통해 검열이 왜 문제인지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현재 배우와 연출부가 모여 관련 연극과 영화 자료를 보며 공부하고 있다.

내년 창단 10년에 맞춘 ‘자력갱생 프로젝트’에 대해 김 대표의 생각은 뚜렷하다. “지원금을 안 받는다는 것이 아니라 검열을 없애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력’을 했지만 아직 ‘갱생’은 멀다. 그건 관객이 도와줘야 한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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