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렛 잇 비’ 비틀스의 탄생부터 해체까지 40곡 노래 직접 연주하며 재현
비틀스 출연영화 ‘하드 데이즈…’
수입사가 이미 작년 필름 구매
올해초 음원 스트리밍 풀리고
뮤지컬까지 잡히자 전격 개봉
비틀스 전문 펍도 20일 문열어
수입사가 이미 작년 필름 구매
올해초 음원 스트리밍 풀리고
뮤지컬까지 잡히자 전격 개봉
비틀스 전문 펍도 20일 문열어
“매지컬 미스터리 투어(Magical Mystery Tour)라는 비틀스 앨범 제목처럼 마법이 일어난 것 같다.” 비틀스 팬클럽 회원 이서영(44)씨는 요즘 황홀하다. 작년 폴 매카트니 첫 내한공연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런데 2월29일 기대도 안 했던 음원 스트리밍이 풀리더니, 5월 내내 비틀스 관련 행사가 가득하다. 5일 비틀스가 직접 출연한 1964년도 영화 <하드 데이즈 나이트>가 국내 첫 개봉했다. 19일에는 경력 20년의 영국 비틀스 헌정밴드 ‘카운터피트’가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20일에는 팬클럽 회원 24명이 운영자금을 댄 비틀스 전문 펍 ‘공간 비틀스’가 홍대 인근에 문을 연다. 21~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오르는 주크박스 뮤지컬 <렛 잇 비> 내한공연도 빼놓을 수 없다. 짜기라도 한 걸까. 알고 보니 흥미로운 뒷이야기가 숨어있었다.
■ 의도치 않게 펼쳐진 비틀스의 향연 표면적으론 음원 스트리밍 개시가 먼저다. 하지만 영화 <하드 데이즈 나이트>는 작년에 이미 필름 구매를 마친 상태였다. 수입사 ‘찬란’ 관계자에 따르면, 2014년 이탈리아에서 리마스터링을 했을 때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다가 지난해 폴 매카트니 공연을 계기로 구매를 결심했다. 하지만 마땅한 이슈가 없어 개봉을 저울질하던 차에 우연히 음원이 풀리고 뮤지컬까지 잡히자 5월 개봉을 결정한 것이다. 뮤지컬은? 역시 지난해 10월께 올 5월 대관을 마쳤다. 2012년 비틀스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영국에서 만들어져 일본, 유럽 등에서 170회 이상 투어공연을 마친 작품이다.
‘공간 비틀스’도 비슷하다. 2012년 동명의 공간이 동아리방 개념으로 구로구 오류동에 문을 열었다가 1년만에 닫았다. 지난해 매카트니 공연 뒤 비틀스 전용 공간에 대한 갈증이 다시 커졌고, 음원이 풀리기 전 장소를 확정해 최근까지 개업을 준비했다. 이곳을 공동운영하는 서강석(45) 비틀스 팬클럽 회장은 “리버풀 케번 클럽에서 영감을 받아 꾸몄다. 비틀스 엘피(LP)와 책 등을 전시하고 비정기적으로 밴드 공연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우연의 연속이, 5월을 ‘비틀즈의 달’로 만든 셈이다.
■ 뮤지컬과 영화 감상 포인트는 ‘비틀스 팬들은 비틀스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다. 비틀스가 전 세계를 뒤흔들던 1964년, 그들이 졸업한 리버풀 쿼리뱅크 고등학교에는 그들이 쓰던 낡은 책상이며 모자, 연습장을 보내 달라고 애원하는 10대들의 편지가 세계 곳곳에서 날아들었다고 한다. 4명의 노래, 생김새, 말투마저 그대로 따라하는 헌정밴드가 그토록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비틀스는 1966년 8월2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캔들스틱 파크 공연을 마지막으로 라이브 공연을 하지 않았다. <렛 잇 비><헤이 주드> 같은 후반부 노래들은 실제론 관객들 앞에서 한 번도 불러지지 않았던 셈이다. 뮤지컬 <렛 잇 비>는 헌정밴드를 통해서라도 <렛 잇 비> 라이브를 듣고 싶은 사람을 위한 ‘맞춤형’ 공연이다. 비틀스의 탄생부터 해체까지 과정을 총 40곡의 노래를 직접 연주하며 재현한다.
영화 <하드 데이즈 나이트>는 아직 앳된 ‘아이돌’ 비틀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다. 1964년 7월 런던에서 시사회가 열렸을 때 마거릿 공주까지 참석했고 미국에서 상영돼 12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주크박스 영화의 시초이기도 한 이 영화의 감독 리처드 레스터는 “몇 곡을 노래하고 연주해야 한다는 것을 제외하곤 많은 것들을 계획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4명의 애드리브에 많이 의존했고, 때문에 그들의 천진하고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번 한국 개봉 이후 7천여 관객이 영화를 봤는데 10번 본 팬도 있단다.
■ 올해의 ‘호재’ 여기서 끝날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3개월간의 통계(KT 뮤직 제공)를 보면 비틀스 노래는 총 177만2641번 재생됐다. 하루 2만번 꼴이다. 20대 남성-30대 남성-20대 여성-30대 여성 순으로 많이 들었다. 전체 3%에 미치지 않지만 10대도 있다. 국내 비틀스 팬클럽 3만6천여 회원 중 10~20대가 절반을 넘는 것도 흥미롭다. 음원이 풀린 뒤 팬클럽 활동량도 늘었다. 음원 특수가 비틀스 팬층의 확대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공연계에선 올해 매카트니의 두 번째 내한공연 가능성도 거론돼, 비틀스 팬들의 탄성을 예감케 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영화 ‘하드 데이즈 나이트’ 멤버들 직접 출연 1964년 작품. 장난기 가득한 모습 볼수 있어
전문 펍 ‘공간 비틀스’ 얼굴 벽화에 레코드·책 등 전시. 비정기적으로 밴드공연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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