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스 콰르텟. 사진 목프로덕션 제공
니콜라 바르톨로메가 녹음 제안
첫 음반 ‘#1’ 세계 동시 발매
윤이상의 ‘현악사중주 1번’에
‘아리랑’까지 한국적 음악 담아
첫 음반 ‘#1’ 세계 동시 발매
윤이상의 ‘현악사중주 1번’에
‘아리랑’까지 한국적 음악 담아
1악장은 한국 시골을 둘러보는 느낌이다. 2악장은 우리 민요풍이고, 3악장은 외줄타기와 사물놀이가 들어있다. 누가 들어도 가장 한국적인 음악이다. ‘노부스 콰르텟’이 연주하는 윤이상(1917~1995) 작곡의 ‘현악사중주 1번’이다.
윤이상이 유럽으로 떠나기 직전인 1955년 만든 이 곡은 그동안 거의 연주되지 않았다. 이번에 세계 최초로 녹음했다. 이 곡이 수록된 노부스 콰르텟의 첫 음반 <노부스 콰르텟 #1>이 세계 동시 발매됐다. 우리 음악사의 빈틈을 복원하는 귀중한 음반이다. 이들은 17일 음반발매 기자간담회에서 “확신을 갖고 이 곡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젊은 현악사중주 노부스 콰르텟은 바이올린 김재영·김영욱, 비올라 이승원, 첼로 문웅휘로 이뤄졌다. 프랑스 아파르테 레이블로 나온 이 음반 수록곡은 베베른의 ‘느린 악장’, 베토벤 현악사중주 작품번호 95 ‘세리오소’, 윤이상 ‘현악사중주 1번’, ‘아리랑’이다. 베베른과 베토벤이 독일 대표한다면, 윤이상과 아리랑은 한국의 정체성을 대표한다. 가장 한국적 음악을 선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세계 보편적인 감동으로 이끌겠다는 뜻이다.
윤이상의 현악사중주 1번에 이어 안성민 편곡의 ‘아리랑’을 들어봤다. 느림의 유장함에 얹힌 슬프고도 고운 선율은 그대로이되, 첼로의 피치카토(현을 손가락으로 뜯어 음을 내는 것)로 리듬감을 줬다. 유장함과 슬픔의 정조는 마치 드보르자크의 현악사중주 ‘아메리카’를 빼닮았다. 아리랑은 노부스 콰르텟이 유럽 연주 때 앙코르곡으로 자주 들려주는 곡이다. “한국정서를 모르는 관객들이지만 순수함과 슬픔의 정서에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음반 제작 뒤엔 ‘스토리’가 있다. 2015년 2월 ‘음향의 명장’ 니콜라 바르톨로메가 ‘노부스 콰르텟’에게 연락을 해왔다. 그는 조르디 사발의 <인간의 목소리>, 필립 헤레베헤의 <모차르트 레퀴엠> 등의 명반을 제작한 세계적인 프로듀서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노부스 콰르텟이 차이콥스키 현악사중주를 연주하는 걸 봤다고 했다. 바르톨로메는 노부스 콰르텟에게 음반 녹음을 제안했다. 그로부터 15개월, 노부스 콰르텟의 데뷔 앨범이 세상에 나왔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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