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군무, 익살스럽거나 기괴하거나

등록 2016-05-19 21:17

[리뷰] 국제현대무용제 스코틀랜드 작품 2편
한 춤꾼의 손짓, 박수, 고함, 웃음에 따라 다른 춤꾼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춤판의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다. 손짓은 단호했고 웃음은 익살스럽고도 기괴했다. ‘춤판의 지휘자’ 오드리 로제로(28·무대 사진 맨 앞)는 전형적인 춤꾼의 몸매가 아니었다. 키가 큰 것도 날씬한 것도 아니었다. 입이 찢어질 듯한 표정을 보이다가 갑자기 여성성의 상징인 가슴을 뻐기듯 앞으로 쑥 내밀었다. 춤꾼들의 군무는 마치 한 동작을 두세 개의 동작으로 쪼갠 듯 엄청난 속도감을 뿜어냈다. 삶과 꿈, 희극과 비극 사이에서 몸은 발화(發話)하고 발화(發火)해 마침내 폭발했다.

18일 시작한 제35회 ‘2016 국제현대무용제 모다페(MODAFE)’의 개막작 <드리머스>의 한 장면이다. 스코틀랜드 국립현대무용단이 국내 초연으로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이 무용단은 2012년부터 에든버러국제페스티벌, 채널 디스커버리 등 다양한 축제 및 방송과 협업을 했던 플뢰르 다킨(40) 예술감독이 이끈다. 소수정예인 12명의 단원은 장기계약을 맺어 사실상 종신단원이다. 이런 무용단 체제는 춤꾼과 안무가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상시적인 협업체계를 가능하게 한다. 우리로선 부러운 대목이다.

플뢰르 다킨
플뢰르 다킨

공연 뒤 따로 만난 다킨 감독은 “깨어 있는 상태와 잠든 상태의 중간에서 희극과 비극이 공존하는 인간의 본성을 열정적이고 과장되게 표현했다. 2주 만에 초고속으로 만든 안무로, 연습 과정에서 스태프와 춤꾼들이 많이 웃었다. 특히 춤꾼들에게 표정 연기와 동작을 동시에 표현하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안무가 안톤 라키는 이번에 내한하지 않았고, 다킨 감독은 안무가로도 활동 중이다.

드리머스
동작 잘게 쪼갠듯 엄청난 속도감
“희극과 비극 사이 인간본성 표현”

프로세스 데이
머리를 들이받고 손으로 밀치고…
“정신·신체 고통과 기쁨 합쳐 표현”

이날 스코틀랜드 국립현대무용단이 올린 개막작의 두번째 작품은 <프로세스 데이>다. 은유적이고 몽환적 분위기의 작품이다. 여성 춤꾼의 가랑이 사이로 남성 춤꾼의 주먹이 불끈 솟아오르고, 머리로 상대를 들이받는가 하면 손으로 상대의 머리를 밀어낸다.

무대는 누아르 영화처럼 흑백에 가까운데다 조명은 뒷골목 가로등처럼 어둡다. 음악은 의외로 느리지만 강력한 비트를 장착했다. 마술에 걸린 듯 샤머니즘을 담은 음악은 무용수들의 동작과 구태여 박자를 맞추지는 않았다. 의도된 엇박자다. 이런 부조화는 되레 관객에게 집중력을 줄 수도 있다.

다킨 감독은 “안무가 샤론 에얄은 춤꾼으로도 활동하며, 자신의 느낌대로 춤을 만든다. 의미를 짚는 게 아니라 몸과 의식의 흐름을 따라간다. 정신과 신체의 고통과 기쁨을 합쳐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6 국제현대무용제 모다페’는 6개국 30개 예술단체가 참여하는 축제로 오는 29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과 소극장에서 계속된다. 특히 세계 컨템퍼러리 무용을 주도하는 안톤 라키, 샤론 에얄, 필리프 세르가 참여해 관심을 모은다.

1982년 처음 개최된 모다페는 이번에 ‘감각을 일깨우는 춤의 콜라주’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샤론 에얄과 가이 베하르가 공동 창작한 폐막작 <오시디 러브>(OCD LOVE)도 관심작이다. 한국에서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김보람, 엘디피(LDP)무용단의 김동규, 제이제이브로의 전흥렬이 눈길을 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모다페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