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소싸움, 거친 먹선이 처절함 더하네

등록 2016-05-19 21:17

사진 노형석 기자
사진 노형석 기자
박대성 화백, 경주서 50돌 기념전
가로 4.4m ‘우공투양도’ 등 선보여
가로 4.4m 화폭이 소싸움 판이 되었다. 눈 부릅뜨고 온힘을 쏟아내어 서로의 머리뿔을 치받는 숫소 두마리. 그들의 몸과 다리는 앞쪽 상대방을 향해 급속히 쏠려있다. 시커먼 먹선으로 거칠게 휙 그은 소 대가리 갈기털에서 팔팔한 정기가 삐어져 나온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사타구니에서 오줌발을 찔끔거린다. 뒷춤에 덜렁거리듯 매달린 고환이나 맹수처럼 꼬리를 곧추세운 자태도 싸움판의 힘을 고조시킨다.

이 기운생동한 그림은 ‘우공투양도(牛公鬪洋圖)’다. 소싸움 본고장 경북 청도에서 나고 자랐던 한국화가 소산 박대성(71)씨가 최근 경주 솔거미술관의 화업 50주년 기념전 ‘솔거묵향’에 처음 내건 대작이다. 한국화단에서 보기 드물게 장쾌하고 혈기 방장한 소들의 결투 장면을 담아낸 작품이다. 어릴 적부터 50년 이상 소싸움 판을 스케치하고, 눈과 머리 속에 소뿔이 얽힌 결투의 순간순간들을 차곡차곡 담아넣었던 것들이 이제 작품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자잘한 흰 여백(비백)을 남기는 마른 붓질, 진득진득한 농묵칠, 먹번짐 효과 등을 마음껏 구사하면서 이중섭, 박수근 등의 소그림과는 전혀 다른 눈맛을 전해준다.

20일 개막식을 여는 전시장에는 신라 대가 솔거를 흠모해 10여년째 경주 남산에서 작업해온 박씨의 근작, 신작들이 많이 나왔다. 지난해 개관전에 선보였던 ‘솔거의 노래’, ‘제주곰솔’, 하롱베이·카파도키아·금강산의 진경화, 추사와 마오쩌둥 글씨를 재해석한 서예 작품들을 볼 수 있다. 9월25일까지. (054)777-6782.

경주/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