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노형석 기자
박대성 화백, 경주서 50돌 기념전
가로 4.4m ‘우공투양도’ 등 선보여
가로 4.4m ‘우공투양도’ 등 선보여
가로 4.4m 화폭이 소싸움 판이 되었다. 눈 부릅뜨고 온힘을 쏟아내어 서로의 머리뿔을 치받는 숫소 두마리. 그들의 몸과 다리는 앞쪽 상대방을 향해 급속히 쏠려있다. 시커먼 먹선으로 거칠게 휙 그은 소 대가리 갈기털에서 팔팔한 정기가 삐어져 나온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사타구니에서 오줌발을 찔끔거린다. 뒷춤에 덜렁거리듯 매달린 고환이나 맹수처럼 꼬리를 곧추세운 자태도 싸움판의 힘을 고조시킨다.
이 기운생동한 그림은 ‘우공투양도(牛公鬪洋圖)’다. 소싸움 본고장 경북 청도에서 나고 자랐던 한국화가 소산 박대성(71)씨가 최근 경주 솔거미술관의 화업 50주년 기념전 ‘솔거묵향’에 처음 내건 대작이다. 한국화단에서 보기 드물게 장쾌하고 혈기 방장한 소들의 결투 장면을 담아낸 작품이다. 어릴 적부터 50년 이상 소싸움 판을 스케치하고, 눈과 머리 속에 소뿔이 얽힌 결투의 순간순간들을 차곡차곡 담아넣었던 것들이 이제 작품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자잘한 흰 여백(비백)을 남기는 마른 붓질, 진득진득한 농묵칠, 먹번짐 효과 등을 마음껏 구사하면서 이중섭, 박수근 등의 소그림과는 전혀 다른 눈맛을 전해준다.
20일 개막식을 여는 전시장에는 신라 대가 솔거를 흠모해 10여년째 경주 남산에서 작업해온 박씨의 근작, 신작들이 많이 나왔다. 지난해 개관전에 선보였던 ‘솔거의 노래’, ‘제주곰솔’, 하롱베이·카파도키아·금강산의 진경화, 추사와 마오쩌둥 글씨를 재해석한 서예 작품들을 볼 수 있다. 9월25일까지. (054)777-6782.
경주/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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