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창세 단원들. 사진 창세 제공
[젊은극단을 찾아서] (7) 창세
연출가 4명·배우 33명 남다른 규모
한 지붕 밑 4개 극단 있는 듯 활력
한국적 연기술 연구…연기학교 기능도
연출가 4명·배우 33명 남다른 규모
한 지붕 밑 4개 극단 있는 듯 활력
한국적 연기술 연구…연기학교 기능도
신생 극단이지만 규모가 엄청나다. 극단 ‘창세’는 2011년 학교 선후배, 작품을 하며 만난 친구들이 뭉쳐 만들었다. 상상력을 무기로 ‘새로운 세상을 연다’(창세)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공감하는 배우들이 하나둘씩 합류했다. 창단 5년 만에 단원이 35명으로 불었다. 연출이 4명에다 배우가 33명이다. 말하자면, 창세는 자체적으로 4편의 연극을 동시에 올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극단이다.
4명의 연출은 서로 다른 디엔에이(DNA)를 가졌다. 그런 각자의 개성 때문에, 하나의 극단 속에 마치 4개의 작은 극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백석현, 신동일, 김선권, 안정민 등 4명 연출의 유전자를 한번 살펴보자.
먼저 대표를 맡은 백석현 연출. 경기대 스타니슬랍스키연기원에서 연기학을 전공하고 7년간 배우를 했다. 정식 연출작 20여편에 낭독극 15편을 올렸다. 주로 일상과 주변 사람들을 소재로 상상력과 사회적 성격을 결부시키는 작품을 써왔다. 그의 2012년 작 <설해목>은 시골에 홀로 남은 노모가 소, 닭, 돼지와 교감하는 내용이다. 백승무 연극평론가는 “설해목은 서사에 목매지 않고 서사를 포기하지도 않는다. … 이질적 현실을 혼종·합성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하이퍼 서사의 감각과 가능성을 체현할 줄 안다”고 평가했다.(<공연과 이론> 월례비평) 또 기국서 연출은 “백석현의 작품에서 주인공인 동물들의 생각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데 탁월했다”고 했다. 지난 15일 막 내린 <문제없는 인생>에서는 애인관계로 발전한 남녀의 가족을 통해 ‘현실적인 삶은 무엇인가’를 캐물었다.
다음은 지난 3월 카프카의 <변신>을 올린 신동일 연출. 자본주의 사회에서 서서히 벌레로 변해가는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에 이어 그의 여동생마저 희생물이 된다는 새로운 시각이 돋보였다.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연극, 연출 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고전을 각색해 현시대 사회의 문제점과 논쟁들을 파헤친다. 그는 지금 <미디어와 우리, 미디어와 지도자>(가칭)를 준비중이다.
김선권 연출은 러시아 모스크바 슈킨연극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에 돌아와 도시의 빈부 격차, 현대 육체적 노동의 가치, 탐닉과 쾌락의 성질을 작품 세계에 반영하며 ‘신체연극’을 선호한다.
마지막으로 안정민 연출은 연출, 배우, 작가 등 전방위로 활동한다. 한국에서 미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영국 왕립 스피치&드라마 중앙학교에서 연기·연출 통합 석사학위를 받았다. “연극은 구체적인 사건을 관통하여 인간 본질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메타포를 좋아한다. 지난 4월 서울 서대문 옥바라지 골목 철거 사태를 다룬 <구본장 벼룩아씨>를 공연했고 현재 재공연을 준비 중이다.
4명의 연출이 다양한 시각을 보유했지만 기본적으로 창세는 배우 예술을 연극의 뿌리로 삼는다. 한국에 맞는 연기메소드를 연구하는 데 주력한다. 연기학교의 기능도 있다. 입단하면 2년 과정의 ‘행동연기술’을 배우기 때문이다. 앞으로 극단 일정은 촘촘하다. 8월엔 안정민 작·연출의 <세월호>를 올리고, 가을엔 신동일 연출이 ‘화학작용3’ 무대에 참여할 예정이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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