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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살인마·유괴범인데…그들 사연에 끌리네

등록 2016-05-26 21:07수정 2016-05-27 10:26

스릴러 뮤지컬들 ‘악인 열전’

‘잭 더 리퍼’ ‘쓰릴 미’ 실화 바탕
여성 연쇄살인 등 오싹함 더해

대작 ‘스위니 토드’ 매진 행렬
‘마마, 돈 크라이’도 관객몰이
쓰릴 미
쓰릴 미

서울 낮 최고기온이 30.4도였던 지난 21일 오후 대학로 한 지하 공연장. 긴장 속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꽉 찬 관객석은 땅 위의 열기조차 잊은 듯했다. 9주년을 맞은 스릴러 뮤지컬 <쓰릴 미>는 한 유괴범의 고백을 통해 범죄의 근원에 다가가는 작품이다. 막을 내리는 새달 12일까지 모든 표가 매진이다. 뱀파이어를 다룬 <마마, 돈 크라이> 역시 관객몰이 중이고 살인마가 나오는 <잭 더 리퍼>도 7월에 다시 찾아온다. 특히 올해는 브로드웨이 대작 <스위니 토드>가 9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르면서 스릴러 장르에 더욱 시선이 쏠리고 있다. <스위니 토드>는 조승우, 옥주현 등 호화 캐스팅에 힘입어 개막 전부터 매진 행렬이다. 스릴러 뮤지컬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유별난 사랑은 정평이 나 있다. 무대를 얼리고 관객을 홀리는 뮤지컬 속 악인들을 모아봤다. 혹시 아나, 숨겨진 사연에 한 번 더 놀라게 될지.

실제 인물이라 오싹함이 두 배

둥, 둥, 둥…. 암흑 속에서 피아노가 경고하듯 낮은 소리를 낸다. 이윽고 무대 가운데 문이 열리면 ‘그’가 등장한다. “구경 좀 할래 멋진 차/ 집에 데려다 줄게/ 내 차로 같이 가/ 걱정 마 그런 사람 아니야/ 자 말해 어디 사니 이름이 뭐야.” 우울한 멜로디를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감싼다. 연약한 불빛은 서성이다 이내 ‘그’의 뒤를 따라 사라진다. <쓰릴 미>의 ‘나’는 동성인 ‘그’를 사랑한다. “나를 모욕하고 한눈파는 너지만 너만 바라봤어”라며 사랑을 구걸하는 나는 그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잡히지 않으리라는 망상에 사로잡힌 그와 함께 나는 한 소년을 유괴해 죽이고 만다. 친구와 연인을 가장한 지배와 복종 관계가 비극으로 치달은 이 사건은 1920년대 미국에서 일어났던 실화다.

잭 더 리퍼
잭 더 리퍼

<잭 더 리퍼>의 ‘잭’은 19세기 말 영국 런던 거리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연쇄살인마다. “한걸음 또 한걸음씩/ 죽음의 그림자 쓰고서/ 얼굴엔 미소 띄우고/ 등 뒤엔 음흉한 웃음.”(넘버 ‘사냥을 떠나자’ 중) 성매매 여성만 골라 장기를 도려내는 등 잔인하게 죽인 ‘잭’의 가사는 최근 강력범죄에 노출된 여성들의 불안한 심리와 맞물리며 더욱 섬뜩하게 느껴진다.

스위니 토드
스위니 토드

악인과 악인은 천생연분?

<스위니 토드>는 1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억울하게 가족을 빼앗긴 이발사의 ‘피의 복수담’을 그린다. 분노에 눈이 멀어 무고한 사람들까지 해치는 그를 사랑한 여자가 바로 러빗 부인. 그 역시 보통은 아니었으니 죽은 사람들로 ‘인육 파이’를 만든 것은 그의 아이디어였다. 러빗 부인은 1막 피날레인 ‘목사는 어때요?’라는 노래에서 파이 안에 넣을 사람들을 고르느라 흥분된 심경을 신나게 쏟아낸다. 극중 가장 무서우면서도 재미있는 노래로 꼽힌다. 이번 공연은 그의 핏빛 러브스토리에 중점을 둘 예정이라고 한다.

마마, 돈 크라이
마마, 돈 크라이

무서운데 왜 짠할까

창작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뱀파이어의 운명을 스스로 선택한 한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중 드라큘라 백작은 누구든지 유혹할 수 있는 존재다. 숫기 없는 천재 교수 ‘프로세서V’는 여자 유혹하는 법을 배우겠다며 시간여행 장치를 개발해 백작을 만나러 간다. “매력적인 남자가 되고 싶다”며 매달리는 그에게 백작은 차갑게 말한다. “내 피가 너에게 영겁의 시간을 줄 거야. 그래도 좋아?” 초반 코믹했던 분위기는 피를 갈구하는 교수의 광기에 얼어붙는다. “피의 축배를, 지옥의 입구에서 춤춰.”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이 격정적인 춤으로 뿜어져 나온다. 이 사연 많은 뱀파이어에 왠지 짠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사진 각 제작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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