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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거장의 한수…“단원들이 지휘자 영혼을 보게 하라”

등록 2016-05-26 21:08

베르디 오페라의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지난 25일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경기 리카르도 무티 아카데미’ 진행 중 참가자들에게 조언하고 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베르디 오페라의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지난 25일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경기 리카르도 무티 아카데미’ 진행 중 참가자들에게 조언하고 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리카르도 무티의 ‘경기 아카데미’
“오페라에선 작곡가 의도 중시해야”
경기필 이끌고 27·29일 공연도
지난 25일 오후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이탈리아 태생의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75·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가 자신의 음악적인 역량을 전수하는 ‘경기 리카르도 무티 아카데미’의 넷째 날이었다. 그는 지휘, 오페라 코치, 성악 부문의 참가자 15명의 이름을 부르며 눈맞춤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의 집중 지도 대상은 지휘자였다.

“근래 오페라 무대에서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성악가의 반주자 노릇을 하거나, 연출가가 제일 중요한 인물인 양 부각되는 세태가 나타납니다. 나는 이것이 못마땅합니다. 오페라는 모두가 함께 만드는 것이고,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단 한 사람은 작곡가입니다.”

명실공히 이 시대 최고의 오페라 지휘자로 손꼽히는 동시에 “성악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연출도 휘어잡는 독재자”(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라는 불평을 듣는 무티의 첫마디였다. 거장의 일침에 무대와 객석에는 잠시 긴장감이 흘렀다.

리카르도 무티
리카르도 무티

곧이어 한국과 중국 출신 젊은 지휘자 세 명이 지휘대에 번갈아 올랐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안토니노 보토를 계승하는 베르디 오페라 해석의 권위자이자, 20년 가까이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으로 재임한 무티의 지도를 받기 위해 독일, 미국, 중국 등지에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이들이었다. 이들은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성악 부문 참가자들을 이끌고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지휘했다.

본격적인 지도가 시작되자 무티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뿐 아니라 친절하고 유머러스한 면모도 보였다. 잔뜩 경직된 참가자의 긴장을 가벼운 농담으로 풀어주기도 하고, 온갖 몸짓을 동원해가며 자신의 예술 철학을 전수하기도 했다.

시종일관 강조한 것은 음악의 본질과 기본적인 지휘 기술이었다. 그는 지휘자가 연주 시작 전 단원들과 인사하며 나누는 교감을 중요하게 언급했고, 불필요한 몸짓을 삼가라고 지적했다.

“왼손을 (지휘봉을 쥔) 오른손과 똑같이 움직인다거나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안 돼요. 왼손은 많은 것을 표현해내지만 아주 작은 동작만으로도 충분해요.”

“지휘자는 어떤 순간에 가장 중요한 파트가 무엇인지를 판단해 그곳으로 시선을 줘야 합니다. 몸 전체를 돌리지 않더라도 작은 신호로 단원들이 지휘자의 영혼을 보게 해야 합니다.”

또한, 그는 지휘자의 자의적 해석을 지양하고 작곡가의 의도를 우위에 두며 철저히 악보를 따르라고 주문했다. 지휘 부문 참가자 조민상은 “쉼표 하나의 길이까지도 정확히 지키라고 강조했다. 모든 극적인 효과는 악보 안에 들어 있다는 가르침이었다”고 말했다.

베르디 오페라에 대해서는 “음표 이면의 비극적 감정을 표현하라”며 “베르디 음악의 도입에는 ‘고통’이 담겨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날 객석의 방청객 중에는 현악사중주단 노부스콰르텟의 비올리스트 이승원도 있었다. 2014년부터 독일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지휘를 공부 중인 그는 연주차 입국했다가 짬을 내서 이곳을 찾았다. 그는 “무티는 존재만으로 영감을 준다. 그가 한국에서 경기필과 함께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는 게 눈으로 보면서도 실감이 안 난다”며 “가장 간결한 표현으로 음악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자세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기 리카르도 무티 아카데미’는 29일 무티가 경기필을 이끌고 연주하는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하이라이트 콘서트>(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무티의 지도하에 8일간 다듬고 발전시킨 음악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자리다. 이에 앞서 27일 무티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경기필을 이끌고 슈베르트 교향곡 제4번 ‘비극적’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도 연주한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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