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경춘전 앞에서 공연한 ‘춘앵무’. 맨 앞 춤꾼은 전문가이고, 마루에 선 춤꾼들은 일반인 참가자들이다.
궁중무용 춘앵무 등
창경궁서 토요 공연
시민들 직접 체험도
창경궁서 토요 공연
시민들 직접 체험도
봄 꾀꼬리 10여마리가 고궁에 날아들었다. 노란 앵삼(鶯衫)을 입고 화관을 쓴 춤꾼들은 오색 한삼 자락을 허공에 흩뿌렸다. 고궁을 찾은 상춘객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꾀꼬리의 지저귐에서 영감을 얻은 궁중무용 춘앵무(春鶯舞) 공연이다. 치마 아래 버선이 살짝 보일 듯 말 듯, 은근한 발놀림이 매력적이다.
지난 28일 창경궁 경춘전, 일반인 대상의 궁중무용 체험 프로그램인 ‘상설 시민문화공연’이 열렸다. 4~5월과 9~10월 4개월 동안 토요일마다 창경궁에서 16차례 열린다. 이날 춤판은 상반기 마지막 공연이다.
춤판은 전문가 공연과 일반인 체험 프로그램 공연으로 나뉜다. 전문가 공연은 모두 다섯마당인데 학·연화대합설무, 일무, 춘앵무, 검기무, 처용무다. 중요무형문화재와 궁중무용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어 춘앵무를 배운 일반인들의 무대다. 춘앵무는 조선 순조 때 효명세자가 어머니 순원왕후의 40살 생일을 경축하기 위해 직접 가사를 짓고, 악사 김창하가 만들었다는 춤이다. 화문석 위에서 느리게 추기 때문에 우아하며 절제된 미를 보여준다.
이날 일반인 체험 프로그램으로 무대에 오른 이들은 만족스러워했다. 6~8시간 연습을 거쳐 직접 공연에 동참한 이현재(58)씨는 “중국 윈난성에서 살 때 이족, 묘족, 장족 등 소수민족의 민속춤을 많이 봤습니다. 한국에 와서 우리 전통춤을 배우니까 너무 행복하네요”라고 했다. 같이 무대에 올랐던 배경숙(58)씨도 “먼저 고궁에서 춤을 출 수 있어 좋고, 관람객한테 우리 춤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니 더 좋네요”라고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을 이끌고 공연을 진행한 박은영 한예종 교수는 “종묘제례악, 과거제도 등과 함께 궁중잔치인 춤이 추가돼야 오롯이 전통문화를 재현할 수 있다”며 “내년에도 고궁에서 상설 시민문화공연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반기 공연은 9월3일부터 시작된다.
글·사진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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