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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 출신 배우 “인터넷검열 맞서 해킹하죠”

등록 2016-05-30 23:01

2003년 결성된 국제적 해커그룹 어노니머스의 생성과 룰즈섹의 붕괴 과정을 다룬 <더 인터넷 이즈 씨리어스 비즈니스>에 출연한 해커 출신 배우 박민우.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003년 결성된 국제적 해커그룹 어노니머스의 생성과 룰즈섹의 붕괴 과정을 다룬 <더 인터넷 이즈 씨리어스 비즈니스>에 출연한 해커 출신 배우 박민우.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인터뷰 l 연극 ‘인터넷 이즈…’ 박민우

해커그룹 ‘룰즈섹’ 붕괴 등 다뤄
“옳고 그름은 관객 스스로 판단을”
“해커들은 자기 이익이 아니라 인터넷 검열로부터 자유를 얻으려 싸움을 합니다. 현실에선 보잘것없는 ‘진따’지만 방구석에서 자판을 두들기며 미국 연방수사국(FBI), <폭스 티브이> 등 국가와 언론에 저항합니다. 오프라인에 나가지 않는 대신 온라인에서 촛불집회를 하고 표현을 하는데, 국가에서는 ‘사이버 테러’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국가도 해킹과 똑같은 방법으로 해커를 색출하고,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진압하고, 검거해 실형을 살게 합니다.”

29살의 해커 출신 배우 박민우. 지금 그는 해커들의 세계를 다룬 연극 <인터넷 이즈 씨리어스 비즈니스>에 출연중이다. 2003년 결성한 국제해커그룹 ‘어노니머스’의 생성과 ‘룰즈섹’의 붕괴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내용의 핵심은 해킹을 정치·사회적 투쟁 수단으로 사용하는 핵티비스트(Hacktivist)를 어떻게 볼 것인지다. 지난 26일 박민우를 만났다.

‘익명’이란 뜻의 해커 집단 어노니머스는 2010년 말 미국 정부 외교 기밀문서를 폭로한 위키리크스를 지지하고, 2011년 아랍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자 튀니지, 이집트 등 독재국가 정부 사이트를 마비시켰다. 어노니머스에서 분리한 것으로 보이는 룰즈섹은 소니픽처스, 미 연방수사국, 미 중앙정보국(CIA) 등을 공격하면서 유명해졌다.

박민우는 중학교 시절 “두 대의 컴퓨터를 집에 두고, 스파이 프로그램을 심어둔 80여대의 숙주 컴퓨터의 상황을 살펴본” 경험이 있다. 그는 “그러다 제 게임 아이디가 해킹당하자, 너무 기분이 나빴다. 그때 피해자 심정을 이해하자마자 재미 삼아 했던 해킹을 그만뒀다”고 했다.

박민우가 이번 연극에서 맡은 역은 룰즈섹의 주축 6인 중 한 명인 ‘케일라’. 25살의 전직 군인이지만, 사이버상에서는 열여섯 살 소녀로 활동한다. 온라인에서 여성 행세를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이른바 ‘넷카마’ 역할이다. 원래 일본말의 ‘오카마’에서 나왔다고 한다. 극 중 열여섯 살로 분장한 박민우의 다리는 여성 같은 맵시를 자랑한다. “저는 극에서 역공학(Reverse Engineering, 제품의 공정을 역추적해 제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분석하고 보안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내는 작업) 담당입니다. 케일라는 다른 해커들과 달리 국가를 상대로 저항하는 핵티비스트에는 관심이 없고 재미로 정보를 캐내고 무작위로 인터넷에 뿌리는 걸 좋아합니다.”

해커 출신으로 해커 역을 맡은 박민우에게 연극의 의미를 물었다. “우리는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세계에서 핸드폰 카카오톡으로 대화하고 온라인 포털서비스를 이용하며 생활합니다. 그리고 온라인 세계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데 맞서 저항의 수단으로 우리(극 중 해커들)는 해킹을 합니다. 이것이 과연 나쁜 것인지 옳은 것인지 관객들 스스로 판단해보라는 겁니다.” 그는 현재 수도권의 한 고등학교에서 연극반을 지도하고 있다.

<인터넷 이즈 씨리어스 비즈니스>의 윤한솔 연출은 “해커들은 찌질해 보이지만, 자본의 포섭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인물”이라고 극 중 캐릭터들을 설명했다. 객석 사이에 해커와 모니터의 공간을 마련해, 배우가 연기하는 인터넷 세상 속으로 관객들도 몰입하도록 유도했다. 6월25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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