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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왜 정치검열인지…그들 말의 모순을 꼬집는다

등록 2016-05-31 19:41수정 2016-05-31 22:10

30일 밤 서울 성북구 삼선동의 한 지하 연습실에서 오는 9일 개막하는 연극 <검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 출연 배우들이 연기하고 있다. 극중 한국문화예술위원장(왼쪽)이 ‘문화계 정치 검열’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장면이다.
30일 밤 서울 성북구 삼선동의 한 지하 연습실에서 오는 9일 개막하는 연극 <검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 출연 배우들이 연기하고 있다. 극중 한국문화예술위원장(왼쪽)이 ‘문화계 정치 검열’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장면이다.
연극 ‘검열의 정치학: 두개의 국민’
10월까지 열릴 ‘권리장전’ 개막작
문화장관·예술위원장 발언 재현뒤
검열의 부당함과 이중성 발가벗겨
‘문화계 정치 검열’의 주체들이 연극무대로 줄줄이 불려 나온다. 실명은 거론하지 않지만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예술위 직원들이다. 여기에다 피해자인 박근형 연출은 물론 예술위원장을 인터뷰한 기자 이름까지 실명으로 등장한다. 오는 9일 막 올리는 연극 <검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김재엽 작·연출, 드림플레이테제21)이다. 정부기관 검열 주체들의 언어를 들여다보고 검열의 모순을 캐는 작품으로,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 프로젝트의 개막작이다.

지난 30일 밤 서울 성북구 삼선동 지하 1층 연습실, 문화부 장관이 지난해 9월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답변하는 장면 연습이 한창이었다.

극중 문화부 장관은 ‘비판을 허용해야 된다’는 야당 의원 말에도 ‘동의’하고 ‘정치적 논란이 예상되는 작품은 지원을 철회해야 한다’는 여당 의원 말에도 ‘동의’한다. 그러면 한 배우가 나서서 장관의 이중성을 까발린다. “그럼 대통령을 풍자하는 작품을 허용하면서, 동시에 그 작품의 지원을 철회할 수 있다는 얘기야?”

예술위원장의 답변도 비슷하다. 역시 국회 출석 장면을 재구성했다. 예술위원장을 맡은 배우는 “이게 대본대로 하면, (박근형에게 폭로를 종용한 직원을) 징계도 하고, (한편으론) 칭찬도 해야 합니다. 아, 어지러워라”라고 스스로의 처지를 꼬집는다. 검열 파문은 2015년 박근형 연출이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로 예술위 지원사업에 선정됐지만 ‘2013년 국립극단에서 연출한 <개구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빗댔다’는 이유로 예술위로부터 신청 포기를 종용받은 사건이다.

연극은 ‘정치 검열’에 대한 방송 뉴스, 장관과 위원장의 국회 출석 답변, 예술위 보도자료, 박명진 예술위 위원장의 언론 인터뷰 등을 그대로 가져와 재현한다. 그러고는 관객의 궁금증을 대변하는 역할의 배우가 장관과 위원장의 ‘검열 언어’의 이중성을 톺아본다. 검열의 언어를 하나씩 ‘리플레이’해 검열의 부당함과 모순됨을 발가벗기는 것이다.

김재엽 연출은 ‘두 개의 국민’이라는 표현으로 정부의 이중잣대를 비판한다. 극중 대사를 통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연극,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는 연극은 만들면 안 된다는 주장은 국민을 ‘국민인 자’와 ‘국민이 아닌 자’로 나누는 정치적 판단”이라고 질타하면서, “검열 반대에 서명한 1000여명의 연극인도 똑같은 국민”이라고 강조한다.

검열 문제는 이미 많이 보도가 됐다. 그런데 김재엽 연출이 다시 연극으로 되새김질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사실 검열에 대한 정보는 널려 있지만 ‘검열이 아니라 제도가 문제’라는 반대 정보도 많다. 검열 주체와 언론보도의 비논리성을 깨고, 극장이라는 한 공간에서 검열 문제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고 싶었다. 특히 ‘검열각하’ 프로젝트의 첫 작품으로 사람들의 뇌리에서 희미해지는 검열 문제를 현재진행형의 문제로 환기시키고자 했다.”

21명의 연출가와 20개 극단이 참여하는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는 9~12일 <검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을 시작으로 10월30일까지 서울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진행된다. 16~19일 김수정 연출로 극단 신세계의 <그러므로 포르노>, 23~26일 부새롬 연출로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안티고네 2016>, 30일~7월3일 전인철 연출로 극단 돌파구의 <해야 된다>가 오른다.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위와 공공기관의 지원 없이 오로지 후원 모금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한다. 최소한의 공용 제작비와 운영비는 소셜펀딩 사이트 텀블벅(tumblbug.com/projectforright)을 통해 모으고 있다. 이 모금은 이달 16일까지 이어진다. 후원자에겐 이달 17일 이후의 공연 입장권을 준다. 전석 1만원.

글·사진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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