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OST
태후·응팔·시그널 OST 등 음원차트 상위권 ‘장기 집권’
50위권에 매달 십여곡 이름 올라
종방 한참 지났는데도 계속 선전
본방 대신 모바일 앱·IPTV로
뒤늦게 ‘몰아보기’ 시청도 영향
50위권에 매달 십여곡 이름 올라
종방 한참 지났는데도 계속 선전
본방 대신 모바일 앱·IPTV로
뒤늦게 ‘몰아보기’ 시청도 영향
도대체 내려올 줄을 모른다. 10연승을 노리는 <복면가왕>(문화방송)의 ‘음악대장’ 얘기다. 음원 차트에도 ‘음악대장’이 있다. 바로 드라마 오에스티(OST)다.
드라마 오에스티가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다. 케이티뮤직 지니 월간차트를 보면, 4월 50위 안에 무려 12곡이 드라마 오에스티다. 3월 12곡, 2월 8곡, 1월에는 9곡이다. 5월 넷째 주 주간차트 100위 안에는 15곡이 오에스티다. 요즘 인기몰이중인 <또 오해영>(티브이엔)에 삽입된 ‘사랑이 뭔데’ ‘어쩌면 나’ ‘꿈처럼’이 나란히 5, 6, 8위를 차지했다. 방송 기간 주 1회씩 파트별 음원을 발표하는 최근 드라마 오에스티 공식에 따른 결과다.
장기집권하는 진짜 ‘음악대장’급 음원도 오에스티 차지다. <응답하라 1988(응팔)> <시그널>(이상 티브이엔) <태양의 후예>(한국방송) 오에스티다. 응팔의 경우 1월에 최종회가 나간 뒤로도, 3월 음원차트에서 50위 안에 4곡을 올려놓았다. 4월14일 끝난 <태양의 후예>도 5월 모든 주 10위권 안에 서너곡씩 들며 기염을 토했다.
개별 오에스티의 강세는 기본적으로 드라마의 인기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오에스티가 음원 차트를 오래도록 지배하는 현상 자체를 놓고는 매체 소비 행태의 변화가 배경에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른바 ‘본방사수’ 대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아이피티브이(IPTV)를 통해 ‘몰아보기’를 즐기는 젊은층의 드라마 시청 행태가 오에스티 ‘장기집권’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 정미하(34)씨는 지난해 11월 초에 시작한 <응팔>을 12월 말이 돼서야 1회부터 보기 시작했다. 티브이보다 훨씬 뒤에 최종회를 본 그는 그제야 오에스티를 찾아 들었다. 티브이 편성과 상관없이 시청자 개인의 시청 시점이 다양해지면서, 오에스티의 인기 또한 이전보다 훨씬 장기간 이어지는 셈이다. 실제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옥수수’의 올 2~4월 주문형비디오(VOD) 방송 시청건수 순위를 보면 1월에 끝난 <응팔>이 2월에 1위, 3월 3위, 4월에도 5위에 머물렀다. 3월12일에 끝난 <시그널>은 4월 여전히 3위에 올라 있다.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충남대 교수(국문과)는 “최종회와 동시에 사라졌던 예전과 달리 요즘 드라마들은 ‘릴레이식 몰아보기’로 현재진행형이 됐다. 음원차트에서 오에스티가 장기간 상위권에 머무는 것은 그런 현상의 지표다”라고 말했다. 티브이엔 드라마 오에스티를 만드는 씨제이이앤엠 음악사업부문 음악제작팀 마주희 팀장은 “드라마 파급력이 클수록 오에스티가 오래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는 오에스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응팔 등 오에스티가 계속 사랑받아 보람있다”고 말했다.
오에스티의 음원차트 장기집권이 일반화하면서, 오에스티의 성공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도 훨씬 커지고 있다. <시그널>의 경우 극중에 20년의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복고적인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신중현의 ‘나는 너를’ 리메이크 버전을 부른 가수 정차식은 김원석 연출이 먼저 음악제작팀에 섭외를 부탁했다고 한다. <또 오해영>의 ‘꿈처럼’은 방송 전 데모 음원 회의에서 송현욱 연출이 “드라마에 너무 잘 어울린다”며 딱 찍은 노래다. 피아노 반주가 잔잔히 흐르는 이 노래의 도입부는 여주인공 오해영의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마다 나와 <또 오해영> 하면 떠오르는 멜로디가 됐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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