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베이스 연주자 성민제. 사진 크레디아 제공
성민제·조윤성 ‘언플러그드’ 발매
세계 3대 콩쿠르 중 2개 석권 실력파
‘카르멘’서 ‘남행열차’까지 재즈 연주
조윤성과 녹음 재즈적 즉흥 눈떠
“재즈하는 건 더 넓은 음악 위해”
세계 3대 콩쿠르 중 2개 석권 실력파
‘카르멘’서 ‘남행열차’까지 재즈 연주
조윤성과 녹음 재즈적 즉흥 눈떠
“재즈하는 건 더 넓은 음악 위해”
더블베이스가 재즈 리듬 위에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싣는다. 옥구슬처럼 또르르 건반 위를 구르던 원곡의 피아노 선율이 더블베이스 지판 위로 옮겨와 나부끼듯 춤을 춘다. 이어 보사노바 리듬을 타며 비제 오페라 <카르멘>의 ‘하바네라’를 노래하던 더블베이스는 마지막으로 ‘남행열차’에 이른다. 트로트 가수가 구성지게 꺾던 가락은 재즈 보컬을 닮은 더블베이스의 노래로 재창조된다. 마치 스탠더드 재즈처럼 친근하게 귀에 감기는 ‘남행열차’가 신선하다.
10대 나이에 이미 세계 3대 더블베이스 콩쿠르 중 두 곳, 독일 슈페르거 국제더블베이스콩쿠르(2006)와 러시아 쿠세비츠키 국제더블베이스콩쿠르(2007)를 석권한 뒤 독주 악기로서 더블베이스의 가능성을 탐구해온 더블베이스 연주자 성민제(26)가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과 새 음반 <언플러그드 Vol. 1>을 선보였다. 장기적으로 이어갈 두 사람의 재즈 프로젝트 ‘언플러그드’의 첫 결과물이다. 지난 1일 서울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재즈를 연주하는 것은 클래식 음악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시각으로 음악 자체를 바라보려는 것”이라며 “대중에게 더 많은 메시지를 전하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음반에서 그의 재즈는 매우 특별하다. 통상 재즈 연주에서 더블베이스가 주로 손가락으로 현을 뜯으며 통주저음을 연주하는 것과 달리, 그는 활을 자유롭게 쓰며 선율악기로서 눈부신 기교를 뽐낸다.
성민제는 지난 2013년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과 음반 <언리미티드>를 녹음하며 재즈를 처음 연주했다. 이후 그와 꾸준히 교류하며 많은 예술적 영감과 영향을 받았다. 대학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한 조윤성은 클래식 음악에 기반한 크로스오버 재즈의 달인으로, 성민제에게 더할 나위 없는 파트너이자 조언자였다. 그는 “우리는 수시로 만나 교향곡이든 오페라든 가리지 않고 ‘재미있을 것 같다’ 싶으면 곧바로 재즈로 풀어내 본다. 이런 재즈적 즉흥은 심지어 음반 녹음 작업 때도 이뤄진다”고 말했다.
‘더블베이스 독주 레퍼토리 확장’, 그리고 ‘악기가 지닌 가능성에 대한 실험’. 지난 10년간 그의 머리를 지배한 두 개의 큰 화두는 더블베이스 사중주 등 ‘새로운 악기 편성의 도입’,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나그네> 등 ‘기존 레퍼토리의 편곡 및 재해석’, 더블베이스를 매개로 한 ‘타 장르 음악의 포용’ 등 다양한 시도를 낳았다. 재즈 연주도 이 맥락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에게 재즈 이후에는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음악 장르의 구분을 넘어선 새로운 더블베이스 음악의 탄생을 꿈꾼다고 답했다.
“재즈에 대한 탐구를 계속해나가는 한편, 조만간 클래식 레퍼토리를 담은 실내악 음반도 선보일 겁니다. 언제가 될지 예정할 수 없지만 머지않아 제가 직접 작곡한 전혀 새로운 더블베이스 음악도 들려줄 겁니다. 창작을 시작하면서 이제야 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곡이 완성되고 나면 저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지극히 귀한 독주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이 비범한 연주자의 미래는 과연 어디로 향할까. 일단은 가장 최근의 결과물인 그의 크로스오버 재즈 음반 <언플러그드 Vol. 1> 안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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