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그래서 실존인물이 어땠다는 거야?

등록 2016-06-06 18:38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사진 SMG 제공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사진 SMG 제공
리뷰 l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천재 작가의 불우한 인생 다루지만
그의 내면보단 일대기 담는 데 급급
지난달 31일 개막한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이하 에드거·연출 노우성)는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1809~1849)의 삶을 그린다. 문학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내의 이른 죽음 뒤 알코올, 약물 중독으로 방황하다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가난 역시 그를 괴롭혔는데 결핵으로 죽은 아내 버지니아가 장례식 때 덮고 있던 것은 그의 낡은 외투뿐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에드거>는 150분간 오직 포에 대해 노래하고 말하지만 정작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버지니아의 죽음을 그린 장면을 보자. 무대는 아내의 관을 붙잡고 슬퍼하는 포를 잠시 보여준 뒤 다음 장면으로 급전환한다. 장면 전후로 감정선은 뚝뚝 끊기고, 관객들은 포의 내면에 어떤 감정이 휘몰아치는지 추측밖에 할 수 없다. 탄생에서 죽음까지 전기 쓰듯 많은 내용을 담는 데 급급한 느낌이다.

포의 정적으로 설정된 ‘그리스월드’가 극을 이끌어나가는 듯한 연출도 문제다. 관객들은 포가 왜 갑자기 돈에 집착하는지, 아내가 아픈 와중에도 술을 마셔대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만, 작품은 대신 그리스월드의 질투심과 분노를 그리는 것을 선택한다. 결국 포가 왜 위대한 작가인지도, 왜 그렇게 불행했는지도 제대로 해명되지 못한 채 극은 그의 죽음으로 끝난다. 다만 ‘모르그 가의 살인’ 등 포의 작품을 노래로 풀어낸 넘버들은 활자를 활용한 영상과 어우러지며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에드거>를 보면 앞서 막을 올린 뮤지컬 <마타하리>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둘 다 실존인물이 주인공이기도 하고, 무대 위로 옮겨진 뒤 현실보다 밋밋하고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부실한 이야기 속에서 그들은 그저 비극적 운명에 휩쓸려 이리저리 떠밀리는 불행한 인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마타하리>에서 ‘이중간첩’이라는 소재와 그에 걸맞은 능동적 캐릭터 설정은 사랑에 목매는 여인을 그리느라 뒷전으로 밀렸다.

<마타하리>는 올해 첫선을 보인 창작 뮤지컬이고 <에드거>는 2009년 독일에서 초연된 라이선스 작품이다. 두 작품의 동일한 오류는 ‘평행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한 인물의 삶을 무대로 옮기기란 쉽지 않다. 집중과 선택을 통해 정교한 이야기 구조를 쌓아야 했지만 둘 다 이를 놓쳐버린 듯하다. <에드거> 7월24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02)1577-3363.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