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극작가 피터 섀퍼, 사진 연합뉴스
런던 내셔널시어터 추모공연 계획
영화 <아마데우스>와 연극 <에쿠스> 등을 통해 인간 내면의 욕망을 날카롭게 그려낸 영국 극작가 피터 섀퍼 경이 아일랜드에서 6일(현지시각) 별세했다. 향년 90.
<비비시>(BBC) 방송과 <가디언> 등은 그가 이날 오전 5시30분께 코크주에 있는 한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매니저 루퍼트 로드의 성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극 작품 18편 이상을 남긴 섀퍼는 1975년 ‘에쿠스’, 81년 ‘아마데우스’로 두 차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토니상’의 각본상을 받았다.
‘천재’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강렬한 삶과 그를 질투한 ‘노력형’ 음악가 안토니오 살리에리의 고뇌와 대립을 그린 ‘아마데우스’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성공을 거뒀다. 체코 출신 감독 밀로시 포르만이 연출한 이 영화는 85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한 8개 부문을 휩쓸었다. ‘에쿠스’는 자신이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말들의 눈을 찌르고 법정에 선 소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작품은 욕망이 거세된 사회의 상실감을 파헤친 수작으로 꼽힌다. ‘에쿠스’는 국내에서도 75년 극단 실험극장이 국내 초연한 이래 강태기·최민식·최재성·조재현 등 수많은 스타 배우의 산실이 되기도 했다. 섀퍼는 이밖에 <블랙 코미디> <레티스와 러비지> <태양 제국의 멸망> <파이브 핑거 엑서사이즈> 등도 남겼다.
영국 내셔널 시어터의 루퍼스 노리스 관장은 “그는 이 시대 가장 훌륭한 극작가 중 한 명이며 그가 남긴 희곡은 불후의 명작”이라고 섀퍼를 기렸다. 내셔널 시어터는 오는 10월 ‘아마데우스’ 리바이벌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장례는 영국 런던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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