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먼저 막을 올린 라이선스 대작 <위키드>의 한 장면. 글린다 역의 아이비(왼쪽)와 ‘초록마녀’ 엘파바 역의 박혜나가 넘버 ‘단 하루’를 부르고 있다.
‘지난여름의 악몽은 잊어라!’ 지난해 6~7월 뮤지컬 판매량(인터파크 집계)은 메르스 여파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5.8% 주저앉았다. 성수기를 꽁꽁 언 채로 지나친 셈이다. 올여름은 다르다. 대형 창작 뮤지컬 <페스트>가 첫선을 보인다. 9년 만에 돌아온 <스위니토드>와 2012년 오리지널팀 초연 당시 관객 24만명 동원, 유료점유율 95% 기록을 세운 <위키드> 등 라이선스 대작들도 쏟아지고 있다. ‘최후의 클릭’을 남겨둔 당신을 위해 다섯 가지 ‘별별 키워드’로 작품들을 묶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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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조합 <스위니토드>는 가족을 잃은 한 남자의 ‘핏빛 복수’를 그린 스릴러 뮤지컬이다. 에릭 셰퍼 연출은 “서스펜스 넘치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일 것”이라 말했다. 이 아찔한 롤러코스터를 조승우와 옥주현이 이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진즉 관심이 쏟아졌다. ‘명실상부’ 뮤지컬 남녀 대표 톱스타이지만 같은 작품을 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꿀조합’ 기대감이 높다. 또 하나의 기대되는 조합은 <페스트>에서 찾을 수 있다. 전염병이 번져 폐쇄된 도시 ‘오랑’을 그린 알베르 카뮈의 동명 소설을 현대적으로 각색해 서태지의 노래와 엮은 신선한 조합이다. 부조리한 세계에 저항해 휴머니즘을 재건하자는 소설의 메시지와 ‘시대유감’ 등의 노래가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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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빵 “작품 하나 올릴 때마다 목숨을 거는 셈”이라는 한 제작사 대표의 말마따나 겉으로만 화려하지 뒤로는 적자와의 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이 대부분 제작사의 현실이다. 그나마 흥행이 보증된 라이선스 재연작들이 자주 무대에 오르는 이유다. 상반기 <맘마미아> <헤드윅: 뉴 메이크업>에 이어 여름에도 <위키드> <모차르트!> <노트르담 드 파리> <잭 더 리퍼> <올슉업> 등 라이선스 재연작의 연속이다. 다양성 측면에선 아쉽지만 관객 입장에선 어떤 작품을 고르든 ‘안전한 선택’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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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자 4월 <뉴시즈>로 배우 온주완이, <헤드윅: 뉴 메이크업>으론 배우 변요한이 뮤지컬에 데뷔했다. 둘 다 첫 작품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캐릭터 소화력이 뛰어났다. 이달에는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배우 송일국이, <노트르담 드 파리>에선 가수 케이윌이 뮤지컬에 첫발을 디딘다. 송일국이 맡은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은 노래보다 연기가 주를 이루고, <노트르담 드 파리>는 송스루(모든 대사가 노래로 진행됨) 작품이다. 각자의 장단점을 따져 현명한 선택을 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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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지난해에는 국내 첫 대형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와 역시 창작물인 <사랑은 비를 타고>가 20돌, 이주노동자 등 소외된 이들을 그린 <빨래>가 10돌을 맞이했다. 올해는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가 10돌을 맞았다. 7년 전 첫사랑을 찾아나선 여자와 그를 돕는 남자의 티격태격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이번달 한국과 일본 도쿄에서 다시 무대에 오른다. <브로드웨이 42번가>도 라이선스 뮤지컬 처음으로 국내 초연 20돌을 맞았다. 20돌을 맞아 오리지널 무대에서만 볼 수 있었던 대형 계단을 설치해, 그 위에서 30여명의 앙상블이 일사불란한 탭댄스를 선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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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극 <쓰릴미> 등 남성 2인극의 유행은 계속된다. 지난해 창작뮤지컬 육성 지원사업 시범공연 뒤 정식으로 무대에 오르는 에이치제이(HJ)컬쳐 신작 <라흐마니노프>(연출 오세혁) 역시 남성 2인극이다. 러시아 음악가 라흐마니노프가 혹평으로 신경쇠약에 걸린 뒤 심리치료를 받는 과정을 그린다. 여성 관객의 입맛에 맞춘 유행이라는 분석도 많지만, 배우의 연기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2인극만의 매력을 무시할 수 없다. 7월 한국 관객들에게 첫 인사를 건네는 라이선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는 남녀 2인극이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사진 각 제작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