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피로가 긴 침묵의 터널을 지나 당도하는 곳, 신도시. ‘일산 신도시’로 표현되는 고양에서 느끼는 현대인의 삶을 그곳에서 자란 젊은 안무가들이 현대무용으로 풀어냈다. 서울의 주변 고양에서 포착한 현대인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전혁진, 여민하, 이준욱이 3인3색으로 형상화한 현대무용 <회귀>(RE-TURN)다.
세 사람은 유년과 성장기를 보낸 고양으로 돌아와 현대사회의 문제를 원점에서 돌이켜보고 해법을 고민하는 20분 분량의 세 작품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었다. 고양안무가협회가 주최한 이번 공연은 이달 25일부터 7월10일까지 열리는 ‘2016 고양공연예술제’ 초청작이다.
먼저, 전혁진 안무의 <조합>(DIGILOG·디지로그)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로, 현대인들에게 아날로그적 감성을 일깨우고 첨단 시대와 조화를 모색하는 작품이다. ‘그라운드 제로 프로젝트’의 안무가인 전혁진은 2015년 시댄스(SIDance), 2016년 모다페(MODAFE)에 참가한 젊은 안무가다. 출연은 권재헌과 윤혁중.
이어 여민하 안무의 <멜랑콜리>(사진)는 ‘무언지 모를 차분한 것이 내 맘에 조금씩 차오를 때’라는 설명이 붙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대형 사건·사고들 속에서 개인은 한없이 무력해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작품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 것일까’라는 현대인의 고민을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윤상은이 여민하와 함께 출연한다.
마지막으로 이준욱 안무·출연의 <사이 탐구>(In-Between, 20분)는 흑백논리에 갇힌 삶에 의문을 던진다. ‘네’와 ‘아니요’ 사이의 갈등에 놓인 우리에게 삶은 애매모호한 ‘사이’의 선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고양안무가협회는 고양시를 중심으로 무용학, 안무, 인접 예술의 공동연구와 지역 문화예술 공동체 구축을 위해 2012년 설립됐다. 지난해부터 고양국제무용제를 열어 국내외 다양한 무용작품을 소개하고, 일반인과 무용전공자들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공연은 25일 오후 3시와 7시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031)918-5757, 1577-7766.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고양안무가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