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금발이 너무해>의 한 장면.
‘뮤지컬의 도시로 어서 오이소!’
제10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하 딤프)이 24일부터 새달 11일까지 열린다. 딤프는 2006년 이래 뮤지컬 대중화와 산업 저변 확대에 기여하며 대표적인 지역문화축제로 발돋움했다. 18일간 영국·슬로바키아 등에서 온 공식초청작 5편, 창작지원작 5편, 특별공연 4편, 대학생 뮤지컬 8편 등 총 22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은 “예술성, 작품성, 대중성을 고루 갖춘 작품들을 엄선해 10돌 잔칫상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24일 저녁 개막축하공연, 뮤지컬스타 토크콘서트, 거리 공연 등도 ‘열살맞이’ 축제의 흥을 돋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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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구인가
‘뮤지컬 도시’ 대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뮤지컬은 대도시, 그 중에서도 서울에 대부분의 인프라, 창작자, 관객이 몰린 장르다. 그냥 축제도 아닌 국제적 축제를 지방에서 시작할 때는 ‘믿을만한 구석’이 분명 있었을 터. 2007년 대구경북연구원에서 발행한 <대구시 뮤지컬산업 발전방안> 보고서를 보면, 부산, 인천에도 각각 1개뿐이던 1000석 이상 대극장이 당시 대구에는 5개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프라에 시민들의 수요도 축제의 성공을 예고했다. 2005년 지방 최초로 대구에서 장기공연을 한 <맘마미아>는 45일간 6만4천여명이 관람, 객석점유율 90%를 기록했다. 2006년엔 서울,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뮤지컬 티켓 예매율을 보이기도 했다. 인근 도시에서의 유입도 상당하다. 서울 공연에 앞서 18일 대구 공연을 마친 <위키드>의 경우 대구 시민보다 울산, 포항, 창원 등에서 찾아온 관객들 비중이 더 높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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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성과와 과제
배성혁 위원장은 “‘섭외하는 축제’에서 ’찾아오는 축제’로 발전했다”며 딤프 10년의 성과를 정리했다. 초청작을 찾으려 동분서주하던 첫회 때와 달리 이젠 중국, 유럽 등에서 먼저 영상을 보내온단다. 대극장은 어느새 11개로 늘었다. 뮤지컬 전문지 <더 뮤지컬> 박병성 편집장은 딤프 10년 성과를 4가지로 설명했다. 지역 공연시장 활성화, 창작뮤지컬 지원 및 해외 소개, 체코·멕시코 등 평소 접하기 힘든 나라의 뮤지컬 초청, 중국과 뮤지컬 교류를 통한 해외시장 루트 개척 등이다. 국내 최초로 창작뮤지컬 지원사업을 시작한 딤프는 지난해까지 43개 작품에 총 45억을 지원했다. 창작뮤지컬들이 딤프를 디딤돌 삼아 서울로 올라가 장기공연에 성공하기도 했다. 올해 공식초청작으로 돌아온 <지구멸망 30일 전>이나 <모비딕>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4월 포럼에서 뮤지컬 전용극장 설립, 아트마켓으로서의 기능 강화 등을 과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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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작품들
영화로도 익숙한 개막작 <금발이 너무해>(영국)는 첫 내한이다. 떠오르는 영국 뮤지컬 스타 루시 존스가 주연을 맡아 대구를 찾는다. 하버드 법대에 입학한 금발 미녀 ‘엘’이 편견에 맞서 자신의 꿈을 쫓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특별공연 <개구리원정대>(중국)에선 깜찍한 동물 분장을 한 어린이 배우들이 나와 환경과 동물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창작지원작 중에서는 안동 하회별신굿탈놀이 전설에서 모티브를 얻어 탈 제작자 ‘유복’의 이야기를 서양악기와 전통악기의 하모니로 풀어낸 <선택>이 눈에 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사진 딤프(DIMF)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