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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바꾼 0.002초…세계 첫 ‘로이터 사진전’ 25일 개막

등록 2016-06-22 17:27수정 2016-06-22 22:23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3개월동안 전시
2015년 8월 그리스 코스 섬 인근 해역에서 표류중인 난민선. 절박한 상황을 포착했지만, 붉은 해와 수평선이 어우러진 인상적인 배경 때문에 한폭의 풍경화처럼 보인다. 야니스 베라키스가 찍은 이 사진을 포함한 로이터의 난민 보도사진들은 올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Reuters/Yannis Behrakis
2015년 8월 그리스 코스 섬 인근 해역에서 표류중인 난민선. 절박한 상황을 포착했지만, 붉은 해와 수평선이 어우러진 인상적인 배경 때문에 한폭의 풍경화처럼 보인다. 야니스 베라키스가 찍은 이 사진을 포함한 로이터의 난민 보도사진들은 올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Reuters/Yannis Behrakis

2015년 8월 그리스 코스섬 해안에 도착한 시리아 난민들이 배 위에서 셀카를 찍는 모습. 전시의 ‘리얼리티’ 섹션에 나온 야니스 베흐라키스의 사진이다. ⓒReuters/Yannis Behrakis
2015년 8월 그리스 코스섬 해안에 도착한 시리아 난민들이 배 위에서 셀카를 찍는 모습. 전시의 ‘리얼리티’ 섹션에 나온 야니스 베흐라키스의 사진이다. ⓒReuters/Yannis Behrakis
이 아름다운 풍경들은 쓰라린 사연들을 안고 태어났다. 시뻘건 태양이 가물거리는 수평선 아래 흘러가는 작은 조각배 한 척과 노을 번지는 해변에서 셀카봉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 지중해 난민의 실상을 찍은 이 두 컷의 사진은 착시를 일으키는 비극의 한순간들이다. 이 장면들도 기억나시는가. 87년 연세대 정문에서 피 흘리며 스러진 대학생 이한열과 89년 중국 베이징 천안문광장의 탱크 행렬을 가로막고 섰던 한 남자의 뒤태를. 베를린 장벽을 깨부수던 독일 청년의 신들린 망치질을.

사진은 힘이 세다. 수천편 글보다 앵글에 잡힌 하나의 장면이 사람과 세상을 바꾼다. 여기 세계인들의 마음을 뒤흔들며 역사의 변화를 증언해온 사진들이 있다. 165년 역사를 지닌 세계 최초의 통신사 <로이터> 기자들이 20~21세기 사진 앵글에 담은 수백편의 지구촌 드라마들이 올여름 한국에 펼쳐진다.

25일부터 9월2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열리는 ‘로이터 사진전: 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전은 그 장대한 인간극장의 무대다. 로이터의 걸작 사진들을 세계 처음 한자리에 모아 보여주는 이번 기획전은 로이터의 역대 아카이브 사진자료 중 엄선한 450여점을 내걸게 된다.

1851년 율리우스 로이터가 런던에 세운 통신사 로이터는 뉴스 제작과 배포에서 선구적 시도를 거듭해왔다. 연락용 비둘기(전서구)와 무선전신문 도입, 최초의 런던-파리 간 해저 케이블망 설치, 인터넷 전용선 등 각 시대마다 첨단 기술을 가장 먼저 들여와 정확하고 공정한 속보로 명성을 얻었다. 지금도 600명의 로이터 소속 기자가 날마다 1600여장씩 세계 각지 뉴스 현장의 사진을 제공하며, 로이터사가 보유한 사진 아카이브는 1300여만장에 이른다. 로이터의 보도사진들은 근현대기 인류의 천변만화한 삶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본 다채로운 기록이자 드라마다. 출품작 중에는 올해 퓰리처상 사진속보 부문 상을 수상한 유럽 난민의 참상을 담은 근작들도 포함돼 있다.

전시장은 일종이 콘셉트 앨범과 비슷한 얼개다. 출품작들은 로이터(REUTER)의 각 스펠링에 착안해 모두 6개의 주제로 나뉘어 꾸려지는데, 기존 보도사진전과 달리 빛과 거울, 상자 조형물 등을 활용한 입체적인 전시 기법이 눈길을 모은다. 서막은 로이터의 역사와 내력을 소개하는 프롤로그와 20세기의 기념비적 사진들을 소개하는 ‘로이터클래식’으로 열린다. 2차 세계대전, 독일 통일, 천안문 사태, 한국과 미얀마의 민주화 시위 등 20세기 주요 사건들과 함께한 대표 사진 29점이 나온다. 2차대전 당시 전선을 찾은 아이젠하워 장군의 모습, 86년 동독 호네커 서기장과 입맞춤하는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포옹 같은 역사적 명장면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어질 ‘이모션’ 섹션은 희로애락의 인간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수영계주 우승 당시 포효하는 수영 영웅 펠프스, 2011년 아랍의 봄 시위대 앞에서 고함지르는 튀니지 군인 등 다양한 감정이 분출하는 작품들을 일화와 함께 보여준다.

중반부 ‘유니크’는 색다른 개성을 내뿜는 섹션이다. 다채로운 색깔층 모자이크를 이룬 사진 211점이 아롱져 빚어내는 ‘세상의 컬러칩’이 콘셉트다. 같이 붙은 ‘지구여행’은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 동물의 세계, 문화가 있는 인간의 삶을 여행하듯 체험할 수 있다. 칠레 푸예우에 화산 폭발 당시 번개가 화산재 연기 속에 내려꽂히는 묵시록적 풍경과 영국 스톤헨지의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유성우 등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후반부 ‘리얼리티’는 전쟁, 내전, 테러, 자연재앙, 사건사고들을 포착한 정통 보도사진 모음이다.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에펠탑 앞 사람들과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 군상, 수류탄을 쏘는 이스라엘군 탱크를 쫓는 팔레스타인 군중 등을 통해 고통받는 지구촌 이웃을 비춘다. 마지막 ‘스포트라이트’ 섹션은 빈부차, 난민 등의 세계적 현안들을 인간적 지평에서 바라본 작품들로 갈무리된다. 사스를 치료하다 숨진 홍콩 의사의 장례식장에서 마스크 쓴 조문객이 우산 아래 몸을 감추는 모습이나, 러시아 백해 빙산에서 사냥꾼들에게 붙잡혀 그물망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갇힌 바다사자 새끼들의 참상 등에서 관객은 현재 우리 삶의 부조리와 역설을 엿보게 된다.

이번 전시에선 사진 강좌와 설명회, 체험 이벤트 등의 딸림행사도 풍성하다. 로이터 베이징 특파원이자 북한 전문 사진기자로 유명한 다미르 사골도 내한해 7월2일 오전 10시 전시장에서 관객과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관람 및 행사 참가 예약은 전시 누리집(www.reutersdrama.com)에서 할 수 있다. (02)710-0766, 0767.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한겨레미디어 제공

2001년 3월 러시아 아르한겔스크 부근 백해의 빙산에서 포획된 바다사자 새끼가 그물망에 갇혀 있는 모습이 찍혔다. 나데즈다 브레시콥스카야의 사진이다. ⓒReuters/Nadezhda Breshkovskaya
2001년 3월 러시아 아르한겔스크 부근 백해의 빙산에서 포획된 바다사자 새끼가 그물망에 갇혀 있는 모습이 찍혔다. 나데즈다 브레시콥스카야의 사진이다. ⓒReuters/Nadezhda Breshkovskaya

2015년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독일 바이에른 알프스 산중에 참여국가 지도자들의 얼굴이 그려진 풍선들이 번개가 치는 가운데 떠 있다. 볼프강 라타이의 작품이다. ⓒReuters/Wolfgang Rattay
2015년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독일 바이에른 알프스 산중에 참여국가 지도자들의 얼굴이 그려진 풍선들이 번개가 치는 가운데 떠 있다. 볼프강 라타이의 작품이다. ⓒReuters/Wolfgang Rattay

2015년 여름 페루 리마 바닷가에서 축구놀이를 하는 아이들. 파도치는 바다와 해질녘 석양빛이 한데 어울린 아름다운 사진이다.  엔리케 카스트로-멘디빌의 작품. ⓒReuters/Enrique Castro-Mendivil
2015년 여름 페루 리마 바닷가에서 축구놀이를 하는 아이들. 파도치는 바다와 해질녘 석양빛이 한데 어울린 아름다운 사진이다. 엔리케 카스트로-멘디빌의 작품. ⓒReuters/Enrique Castro-Mendi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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