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민 상임지휘자가 이끄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를 콘서트 버전으로 올린다.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를 전막으로 직접 본 이는 손에 꼽을 정도에 그친다. 국내에서는 1979년 국립오페라단, 2013년 대구오페라축제 폐막작으로 독일 칼스루에국립극장이 전막으로 상연한 적이 있지만, 너무 오래전이거나 지역 공연이라 좀체 관객들이 만나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클래식 팬들에겐 ‘탄호이저 서곡’ 연주와 ‘저녁별의 노래’, ‘순례자의 합창’은 ‘필청 목록’에 든다. 이 명작은 관현악의 정수와 아리아의 매력을 동시에 지녔다.
전막 공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콘서트 버전으로나마 ‘바그너의 명작’에 대한 목마름을 달랠 무대가 마련됐다. 박영민 상임지휘자가 이끄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이달 말 마련한 ‘바그너의 향연’ 시리즈 2 <탄호이저 오페라 콘체르탄테> 공연이다. 콘체르탄테 형식(콘서트 버전)은 화려한 무대와 연기 등 연극적 요소를 뺀 대신, 오케스트라 피트에 숨었던 관현악을 무대 위로 올려 기악과 성악의 섬세한 협연에 집중한다.
박영민이 이끄는 부천필 30일 공연
바그너 오페라 중 가장 친근한 작품
“섬세·화려한 오케스트라 연주 매력”
저녁별의 노래·순례자의 합창 유명
박 지휘자는 이달 기자간담회에서 ‘화려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강조했다. “바그너의 음악에는 세밀한 오케스트레이션 표현이 많습니다. 보통 오페라 극장들은 음향이 좋지 않고, 무대 위에만 집중하느라 음악이 묻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페라 콘체르탄테 형식에는 바그너가 오페라라는 종합예술을 통해서 심포니의 진화된 형태를 보여주는 의도가 담겼습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비엔나 버전은 화려한 오케스트라 음악이 특징입니다.”
<탄호이저>는 바그너의 명작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중세시대 두 개의 전설을 토대로 창작된 이야기의 뼈대를 보면, 순결한 사랑과 관능적 쾌락 사이에서 번뇌하는 주인공 탄호이저가 자기희생적 사랑을 통해 마침내 구원을 얻는 과정이다.
<탄호이저>에는 박 지휘자, 부천필과 함께 오페라 연출가 이의주 등 300여 명이 힘을 보탠다. 배역 대부분은 ‘한국인 신인 성악가’로 이뤄졌다. 기량이 뛰어난 성악가들을 발굴하고, 공정한 기회를 주려 올해 초 오디션을 통해 모든 배우들을 뽑았다. 탄호이저 역에 테너 이범주, 볼프람 역에 바리톤 김성곤, 헤르만 역에 베이스 하성헌, 발터 역에 테너 김상진, 비테롤프 역에 베이스 임성욱, 하인리히 역에 테너 김동녘, 라인마르 역에 베이스 이대범 등이 출연한다. 또 여자 주인공 엘리자베트 역은 소프라노 케이틀린 파커, 베누스 역은 소프라노 데어드레 앙게넨트가 맡는다. 부천시립합창단, 고양시립합창단, 마에스타 오페라 합창단이 나서 오페라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부천필의 이번 공연은 <바그너의 향연> 시리즈의 두번째 공연이다. 지난 3월 첫번째 공연은 오페라 서곡과 전주곡 모음으로,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발퀴레의 기행>,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을 한자리에서 들려줬다.
부천필은 전임 임헌정 상임지휘자 시절 말러와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연주로 한국 클래식음악계에 위상을 널리 알렸다. 지난해 1월 박영민 상임지휘자가 부임한 뒤, 10년 만에 ‘말러 연주’를 재개했다. 이어 올해 ‘바그너의 향연’ 시리즈라는 야심 찬 기획을 만들어 종합예술 오페라의 음악세계를 집중 탐구하고 있다. 바그너 오페라는 모두 12개. 박 지휘자는 앞으로 한 해에 1~2개 작품을 지속적으로 무대화하겠다는 생각이다. 오는 30일 목요일 저녁 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32)625-8330~1.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