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달빛 아래 연인의 창가에 흐르는 사랑의 선율. 보통 세레나데(serenade)는 저녁이나 밤에 부르는 낭만적인 노래를 뜻한다. 그래서 ‘작은 밤의 노래’(소야곡)라고도 부른다. <돈 조반니> 등 오페라에도 자주 등장하고 ‘슈베르트의 세레나데’처럼 독립된 가곡도 있다. 그런가 하면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처럼 다악장의 실내악곡을 가리키기도 한다.
대표적인 서양 양식의 세레나데가 대표적인 한국의 선율과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젊은 마에스트로’ 최수열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가 이끄는 <작은 밤의 노래> 공연이 새달 26일 서울 국립극장 케이비(KB)하늘극장 무대에 오른다.
실내악단 ‘클래시칸 앙상블’이 슈베르트·브리튼·엘가의 세레나데에 한국음악적 요소들을 접목해 새롭게 재해석한다.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는 이아람의 대금 솔로와 함께 연주하고, 브리튼의 ‘테너와 호른 그리고 현을 위한 세레나데’ 중 테너 부분을 ‘여창 가객’ 박민희가 한국어 가사로 풀어 부른다.
<작은 밤의 노래> 기획은 최수열 지휘자가 주도했다. 그는 특히 브리튼의 세레나데와 박민희에 주목했다. “손혜리 여우락페스티벌 제작총감독으로부터 참여 제안을 받았을 때, 바로 세레나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창 가객 박민희씨를 참여시키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013년 오스트리아 클랑슈푸렌 페스티벌에 연주하러 갔다가 처음 박민희씨의 노래를 들었는데 신비롭고 아우라가 있었다. 꼭 같이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성사됐다.”
최수열이 브리튼의 곡을 선택한 건 유튜브를 통해 눈여겨봤기 때문이다. 테너와 호른에 실내악이 들어가는 특이한 편성에 끌렸다. 이 곡도 언젠가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미성이 필요한 테너 부분을 박민희가 잘할 것으로 기대했다. “영시 가사를 우리말로 풀어야 하고 멜로디도 좀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대음악도 많이 한 연주자라 멜로디를 메인으로 뒀고, 호른 연주는 이석준 선생한테 맡겼다. 박민희씨는 지금 연습에 엄청 고생할 거다.”
최수열은 2010년 독일의 ‘국제 앙상블 모데른 아카데미’ 지휘자로 1년 동안 활동했다. 2014년에는 서울시향의 부지휘자로 발탁됐다. 그는 2014년과 2015년 국악 재창작 프로그램 ‘리컴포즈’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을 지휘해 국악에 대한 해석력을 인정받았다. 중요무형문화재 30호 ‘여창 가곡’ 이수자인 박민희는 이달 국립현대무용단의 <이미 아직> 유럽 공연을 다녀왔다. <가곡실격> 연작 등 장르를 넘나드는 활동을 통해 ‘전방위 예술가’로 인정받고 있다.
<작은 밤의 노래>의 작·편곡자는 이지수다. 그는 지난해 ‘아리랑’을 모티브로 한 ‘아리랑 콘체르탄테’를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녹음한 작곡가다. 연주자로 참여하는 ‘클래시칸 앙상블’은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맨해튼 음악원 출신의 실력파 연주자들로 이뤄졌다.
이 공연은 새달 8~30일 열리는 ‘2016 여우락 페스티벌’ 프로그램 중 하나다. 올해 7회를 맞은 ‘여우락’은 한국음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실험과 타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우리 음악’을 선보여왔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