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한 상호 교류의 해 행사로 프랑스에 제대로 된 국내 오케스트라가 가는 건 ‘코리안심포니’뿐입니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린츠의 브루크너 페스티벌에 공식초청받아 폐막 연주와 함께 슬로바키아와 크로아티아에서도 함께 공연했습니다. 이번 공연은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숲 속 공원과 성당이 유명한 랭스에서 연주를 하게 돼 무척 의미가 깊다고 봅니다.”
지휘자 임헌정(사진) 예술감독이 이끄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프랑스 ‘콩피에뉴 숲 속의 축제’와 ‘랭스 음악산책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공연에 나선다. 코리안심포니는 “지난해 첫번째 유럽투어에 이어 다시 유럽에서 한국 클래식 음악을 알릴 기회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오케스트라로 발돋움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2015~2016 한-불 상호 교류의 해’를 맞아 열리는 공연은 오는 7일 파리 근교 콩피에뉴 소재 임페리얼 극장에 이어 8일 포도주로 유명한 샹파뉴 지역 랭스의 ‘생레미 바실리크 성당’ 무대에 오른다. 연주곡은 박정규 편곡의 ‘아리랑 연곡’, 슈만의 ‘첼로 협주곡 가단조’,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다. 지난 1일 임 예술감독한테 프랑스 투어에 대해 들었다.
“아리랑 연곡은 올해 신년음악회에서 연주했던 곡으로 정선·밀양·진도아리랑 등을 모은 겁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율로 프랑스 사람들도 잘 안다고 보고, 이번에 손을 봐서 투어 연주의 시작 곡으로 선택한 거죠. 슈만의 첼로 콘체르토와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은 청중들이 쉽게 들을 수 있는 유명한 곡이고요. 특히 드보르자크 곡은 고향을 느끼게 하는 곡입니다. 어느 나라 국민이라도 고향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질 것이라고 본 거죠.” 프랑스인의 가슴에 한국과 고향의 선율을 심어주겠다는 뜻이다.
‘임헌정 표 말러·브루크너’는 왜 포함하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임 예술감독은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끌며 1999년부터 2004년까지 국내 최초로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를 펼쳐내며 ‘말러 신드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답변은 의외였다. “(말러나 브루크너 같은) 그런 곡들보다는 한-불 교류의 뜻을 살려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올리려 했는데, 주최 쪽에서 ‘우리는 너무 많이 들어 다른 곡을 해줄 수 없느냐’고 해서 결국 드보르자크 9번으로 바꿨습니다.”
2년6개월째 코리안심포니를 이끄는 임 예술감독은 “연주력이 높아졌다”고 판단했지만 처우 등엔 아쉬움을 나타냈다. “연주력과 근무조건은 조금씩 올라오고 있지만, 현재 80명 안팎인 단원을 40명 정도 증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립오페라단과 국립발레단 공연을 다 소화하려면 제대로 로테이션이 되지 않을 경우 단원들의 피로가 쌓여 연주력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물론 예산 문제는 제 능력 밖이지만….”
임기가 내년 1월까지인 임 감독은 올해 말 ‘브루크너 시리즈’를 끝낸다. 앞으로 하고픈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알반 베르크의 바이올린 콘체르토, 모차르트의 레퀴엠, 버르토크의 ‘현과 타악기와 첼레스타를 위한 음악’ 등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고만 말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코리안심포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