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시험 공연에 나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사진 ⓒBonsook Koo·롯데콘서트홀 제공
오케스트라 연주 소리가 일제히 분수처럼 솟구쳤다. 천장을 친 소리는 포도밭 모양의 2036석 객석으로 음향의 물방울을 뿌렸다. 소리는 풍부하고 섬세했다. 하지만 객석 위치에 따라 퀄리티는 차이가 났다. 무대에서 볼 때 중간보다 뒤편이 ‘음향 명당’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다음달 18일 공식개관을 앞둔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이 지난 1일 언론에 첫 공개됐다. 14번째 시범 연주회의 마지막으로 코리안심포니가 슈만의 첼로 협주곡과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연주했다. 부채꼴형(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직사각형(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과 달리 객석이 무대를 감싸는 포도밭형(빈야드)인 이곳은 28년 만에 서울에 들어서는 클래식 전용 공연장이다.
지난 1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시험 공연에 나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사진 ⓒBonsook Koo·롯데콘서트홀 제공
전문가들의 평가는 일단 호의적이다. “미국 엘에이(LA) 월트 디즈니홀과 사운드의 느낌이 비슷하며, 울림이나 음색의 퀄리티가 좋다”(황장원 음악평론가) “반사판 앞에서 들었는데 소리의 뭉침이 없었다. 연주는 풍성하면서 마스터링한 것 같았다.”(최은규 평론가)
지난 5월 이곳에서 서울시향과 연주했던 최수열 부지휘자도 “예술의전당보다 잔향이 긴 롯데홀은 자체적으로 울림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연주 때 힘을 들이지 않고 곱고 부드러운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소리가 그친 뒤에도 남아서 들리는 잔향은 롯데콘서트홀 2.6~3.1초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초보다 길다.
객석 위치에 따라 음향의 퀄리티는 서로 달랐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무대에서 볼 때 두번째와 세번째 층 블록을 ‘소리가 모이는 명당’으로 꼽았다. 무대 뒤나 옆이더라도 반향판이 설치된 벽 인근은 소리가 좋은 편이었다. 이원철 코리안심포니 대표는 “자리를 옮겨가며 들어봤지만, 무대에서 볼 때 뒤쪽 블록이 음향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지난 1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시험 공연에 나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사진 ⓒBonsook Koo·롯데콘서트홀 제공
롯데콘서트홀은 음향 보완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최종선 서울시향 바순 주자는 “천정이 높아 소리가 분산되면서 목관과 금관 소리가 잘 안 들렸는데, 기술적으로 위로 뜨는 소리를 잡아준다면 충분히 보완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황장원 평론가도 “목관의 소리는 퍼지게 들리고 타악기는 마치 다른 공간에서 연주하는 듯하다. 전체적으로 소리를 모아주는 보완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클래식 전용 공연장은 사운드가 제자리를 잡는 기간을 2년 안팎으로 잡는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