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과 문화적 격차를 이야기하는 공연 ‘6030’ 준비하는 허밍렌치
새소년, 플러그드 클래식과 함께 서촌 몽키 비즈니스에서 16일 공연
7월2일 서울의 한 공연무대에 선 허밍렌치. 왼쪽이 이근영, 오른쪽이 조승진씨. 그 외 서보민이 베이스를, 이의현이 드럼을 맡고 있다. 허밍렌치 제공
“정성으로 씻고 닦아 놓은 꿈을/ 마당에 널어 놓고서/ 지옥처럼 아침이 찾아오면/ 벌레같이 출근을 하네”(‘자고로 가슴에 모닥불’)
인디 밴드 ‘허밍렌치’의 기타리스트 이근영(27)은 그때를 생각하면 답답해진다. 대학 졸업 전 한 편집회사에 취직을 했다. 출근을 하면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었다. 기타를 들어보지도 못하는 날들이 계속됐다. 6개월을 다닌 뒤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터’(프리+아르바이터)의 삶을 선택했다.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 아침 7시30분에 출근해 점심까지 일을 한 뒤 오후 시간에는 기타 연습을 하거나 곡을 짓거나 녹음 공부를 한다. 같은 밴드의 보컬 조승진(26)은 이근영의 모습을 보고 아예 직장 생활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역시 비슷하게 식당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한다.
장비가 필요하다거나 녹음비로 급전이 필요할 때는 힘 쓰는 일을 하러 나간다. “치우거나 물건을 나르는 일들이 대부분이에요. 정신 차리고 보면 뭐든 옮기고 있더라고요.” 공연 무대 해체 작업을 나갈 때도 있다. 사람들이 공연을 즐기는 시간, 무대 뒤에서 해체 작업에 대한 교육을 받을 때는 서럽기도 했다. 그런 데서 음악 하는 사람들도 종종 만난다. “꽤 이름난 팀의 멤버들도 알바를 안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문제는 이런 함정이다. 승진이나 근영은 카페에서, 식당에서 최저임금 ‘6030원’을 기준으로 월급을 받는다. 월세를 내면 월급의 반이 날아가고, 통신비, 식비 등을 제하고 나면 ‘문화’라는 글자가 생경한 생활이 된다. “저희가 나름 음악 덕후거든요. 음악을 이것저것 보고 듣고 싶은 게 정말 많죠.”(조승진) 외국 뮤지션의 입장료는 십만원이 넘어가고, 친구들끼리 모여 클럽 공연을 가더라도 빠듯하다. 보통 공연 티켓값 1만5천원에 식사비, 교통비로 돈을 쓰면 일인당 3만~4만원은 든다. “공연비는 3시간 일한 값이고, 유흥비는 하루 일당이 되는 거죠.”(이근영) 벼르고 별러서 한 록페스티벌 얼리버드 티켓을 사놓았다. “1년 단 한번의 사치죠. 유일하게 보는 외국 뮤지션 공연이에요.”(조승진)
‘6030’ 콘서트 포스터.
최저임금을 내건 ‘6030’ 공연을 준비하는 건 이런 경험의 귀결이다. 허밍렌치와 새소년, 플러그드 클래식 3팀이 공연을 벌인다. 이들의 2시간 공연을 6030원으로 즐길 수 있다. 최저임금으로 이런 공연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런 문화 향유 경험을 공유해서 더 높은 최저임금을 향한 바람을 가졌으면 좋겠다.”(이근영)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결정 시한을 넘기며 힘겨루기 중이다. 노동계 쪽은 1만원을 내걸었지만,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에 따라 직접적으로 임금 등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 비율은 한국(18.2%)이 미국(3.9%), 일본(7.3%) 등보다 훨씬 높다. 이 분류에 뮤지션이 대거 포함된다. ‘2015 대중문화예술 산업실태보고서’(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근접하는 150만원 이하 수입자는 전체 뮤지션의 26.7%에 이른다. 최저임금이 6030원에서 1만원으로 오르면 월급 126만원(209시간)은 209만원으로 오른다.
‘6030’ 타파를 노래하는 이번 공연은 16일 저녁 8시 서울 경복궁역 인근 라이브클럽 ‘몽키비즈니스’에서 열린다. 문의 facebook.com/bandhmwc/.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