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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아이 잃은 슬픔과 공감…브리튼 오페라 ‘도요새의 강’

등록 2016-07-10 21:25수정 2016-07-10 21:32

서울시오페라단 이달 28~31일 초연
여성 역할 등 모든 배역 남성이 소화
“현대오페라 쉽게 접하는 계기 될 것”
서울시오페라단이 이달 말 국내 초연하는 벤저민 브리튼의 현대오페라 <도요새의 강> 제작발표회의 시연 장면. 지난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오페라단이 이달 말 국내 초연하는 벤저민 브리튼의 현대오페라 <도요새의 강> 제작발표회의 시연 장면. 지난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1913~1976)은 1956년 일본을 여행하던 중에 14세기 일본의 가면극 ‘노’(能)를 만난다. 그는 8년 뒤 이 작품을 현대와 서양 감성에 맞게 재창작해낸다. 아이를 잃은 어머니(미친 여인)의 슬픔과 방랑, 그리고 그 끝에서 위로받고 사람들과 함께 한을 치유하는 내용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이달 28~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에서 브리튼의 현대오페라 <도요새의 강>을 올린다. 이 오페라가 주목받아야 할 이유는 굳이 세월호를 얘기하지 않더라도 아이를 잃은 슬픔과 공감이라는 인류 보편적인 감성을 파고든데다, 번안이 아닌 정식 영어 버전 공연은 국내 초연이라는 점 때문이다. 지난 7일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제작발표회가 있었다.

“상처받은 영혼이 함께 기도했을 때 기적적으로 함께 치유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를 잃은 사람의 슬픔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함께 가진 상처를 우리가 마음을 합쳐 어떻게 치유하고 이를 나누는지에 집중해 작품을 만들고 있다. 미친 여인을 통해 남의 상처를 보고 질시하거나 조롱하거나 핍박할 수도 있지만, 우리 마음에 기도의 마음이 보였을 때 기적 같은, 즉 내가 다시 만나고 싶은 아들의 영혼을 만나면서 함께한 사람들이 치유된다.”

이경재 연출은 ‘공감’을 작품의 제작포인트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지휘를 맡은 구모영 천안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는 “마지막 부분에 어린아이의 영혼이 등장해 ‘엄마, 우리 다시 만나요’라고 말한다. 이 대목이 가장 중요한 장면이다”라고 덧붙였다.

작품에는 미친 여인과 함께 검정 옷을 입은 8명의 수도승, 뱃사공, 여행자가 나온다. 수도승이 자기정화에 힘쓰는 이들이고 여행자가 인간 군상이라면, 미친 여인을 태워주지 않는 뱃사공은 권력자에 가깝다. 현실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작품 속 사람들은 아이의 죽음과 어머니의 슬픔을 조롱하다 다시 공감하는 이중적 존재다. 한마디로 등장인물들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오페라에선 테너, 바리톤, 베이스 등 남성 성부 특유의 장중하고 깊은 음색을 감상할 수 있다. 시작과 끝은 그레고리안 성가풍의 노래로 장식한다. 원래 일본 가면극에선 “나무관세음보살”이었는데, 영국으로 가면서 그리스도교를 얹은 것이다. 그런데 ‘노’의 영향을 받아 모든 배역이 남녀 구별 없이 남성으로만 구성된다.

아이를 잃은 어머니인 ‘미친 여인’조차 테너가 맡는다. 이날 발표에서 시연을 보인 ‘미친 여인’ 역의 더블 캐스팅 가수들은 남성과 여성을 넘어 ‘인간의 소리’로 절절하게 노래했다. 테너 서필은 “벤저민 브리튼이 성소수자였던 것도 작용했다. 양성의 목소리로 미친 연기를 한다”고 했다. 테너 양인준은 “여자 목소리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좀 가늘고 예쁜 소리를 내려고 한다”고 했다. <도요새의 강>에는 바리톤 공병우·성승욱, 베이스 김영복 등이 출연한다.

서울시오페라단의 이번 작품은 ‘현대오페라 시리즈’의 첫번째 무대다. 난해하다는 현대오페라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연 시작 전 이건용 서울시립오페라단 단장이 직접 해설자로 나선다. (02)399-1783~6.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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