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하이네켄 프레젠트 스타디움’에서 위윅이 디제잉하고 있다. 하이네켄 스타디움 제공
위윅(WIWEK)은 네덜란드 출신의 디제이이자 프로듀서다. 많은 이가 풍차의 나라 정도로 알고 있는 네덜란드는 사실 디제이 매거진 10위 안에 자국 출신 디제이를 절반 이상 올려 놓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디엠(EDM·일렉트릭 댄스 뮤직) 레이블 ‘스피닝 레코즈’(Spinning Records)가 위치한 이디엠의 본가다. 아민 반 뷰렌(Armin Van Buuren), 티에스토(Tiesto) 등 이디엠 페스티벌의 포스터에서 가장 큰 글씨를 차지하는 디제이의 나라 네덜란드에서 위윅은 새로운 세대다. 지디 앤 탑의 ‘뻑이가요’를 프로듀스한 미국의 프로듀서 디플로(Diplo)의 실험적인 레이블 매드 디센트(Mad Decent)에서 디지털 음원을 발매하며 이름을 알리던 그는 최근 덥스텝 프로듀서 스크릴렉스(Skrillex)의 레이블 오슬라(OWSLA)를 통해 <더 프리 앤드 리벨리어스>(The Free & Rebellious)를 발표하며 댄스 음악 신에 새로운 바람을 가져왔다. ‘2016 하이네켄 스타디움 페스티벌’을 통해 한국에 처음 방문한 위윅과 인터뷰를 했다.
위윅의 음악엔 정글, 레게, 아프리칸 하우스, 트랩 등 다양한 장르가 녹아 있다. 특정 장르라 말하기 곤란할 정도인데 그는 친절하게 자신의 음악을 ‘정글 테러(Jungle Terror)’로 정의했다. “정글 테러는 장르라기보다 바이브(한국어로 굳이 정의하자면 ‘느낌’)다. 참신하고 강하고 공격적이지만 동시에 섹시하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음악이다.” 정글 테러는 초기에는 낯설게 받아들여졌으나 현재는 그만의 독특한 사운드로 인정 받고 있다. “나는 모든 종류의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바이브, 길거리, 영화 등 모든 것이 나에게 음악을 만들도록 영감을 준다.”
자신의 음악처럼 위윅은 함께 하고 싶은 아티스트에 대해서도 경계를 두지 않았다. “모든 협업이 다 의미 있었고 각자 그들만의 특별한 스타일이 있다. 그래도 한 명을 꼽자면 스크릴렉스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는 천재다.” 앞으로도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이어갈 것이다. “지금 생각나는 이를 꼽아보라면 미시 엘리엇, 엠아이에이(MIA) 정도. 한국 아티스트 중에서는 씨엘과 함께 하고 싶다.”
위윅의 작업 방식은 기존의 소리를 가져와 재가공하는 샘플링이 주를 이룬다. “나는 이미 전 세계를 내 음악에 가져왔다. 모든 나라의 악기도 사용했다.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고 더 발전시킬 것이다.” 그가 샘플링하는 소리는 기존 이디엠에선 흔히 쓰이지 않는 것들이다. 위윅은 이를 이용해 새로운 형태의 댄스 뮤직을 만든다. 이 때문에 디제잉을 할 때 그의 음악을 틀기 쉽지 않다. 다른 곡과 섞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의 음악을 틀고 싶어하는 디제이들을 위해 가이드를 요청했다.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특별히 가이드 같은 걸 주고 싶지 않다. 원하고 느끼는 대로 그냥 틀어도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유행과 함께 빠르게 성장한 이디엠 산업은 가장 큰 규모의 이디엠 스타트업 에스에프엑스(SFX)가 파산하며 차츰 거품이 빠지고 있다. 하지만 위윅은 산업의 변화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모든 댄스 뮤직은 그들만의 시대가 있다. 한때는 트랜스 뮤직이 유행이었다가 지고, 하드코어도 한때 유행이었다. 댄스 뮤직은 항상 존재하지만 모든 것은 흥했다가 다시 가라앉는다.”
하박국/영기획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