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여자친구는 학교를 졸업했나요?

등록 2016-07-13 13:21수정 2016-07-13 20:07

‘학교 3부작’ 뒤 나온 정규 앨범 , 이전 강력한 콘셉트 뒤집을 만한 ‘한 방’ 못 보여줘
11일 정규 앨범 <엘오엘>(LOL)을 발표한 여자친구.  쏘스뮤직 제공
11일 정규 앨범 <엘오엘>(LOL)을 발표한 여자친구. 쏘스뮤직 제공

무대에서 넘어졌지만 여자친구는 우뚝 일어섰었다. 지난해 1월15일을 시작으로 미니앨범 세 장을 정확하게 6개월마다 낸 뒤 지난 11일 다시 6개월 만에 정규 앨범 <엘오엘>(LOL)을 들고 왔다. ‘크게 웃고’(Laughing out loud)와 ‘사랑 많은’(Lots of Love) 소녀들의 감성을 그대로 제목으로 표현했다. 타이틀곡 ‘너 그리고 나’는 시인 조지훈의 ‘승무’에 나오는 ‘나빌레라’를 괄호 속에 넣은 아름다운 노랫말의 노래다.

지난 석장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유리구슬’(2015년 1월15일) ‘오늘부터 우리는’(7월23일) ‘시간을 달려서’(올 1월25일)는 수직 곡선의 상승세를 이어왔다. ‘유리구슬’은 음원성적이 좋았지만 소나무, 오마이걸 등 당시 데뷔한 많은 걸그룹 틈새에서 확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이후 비오는 날의 ‘꽈당’ 무대에서 반전을 이룬다. 지난해 9월5일 팬이 올린 행사 동영상에서 멤버들은 도합 8번이나 넘어지면서도 움츠러들지 않고 무대를 이어갔다. 미국 <타임> 온라인판이 이를 언급하기도 했고 동영상은 곧 조회수 500만을 기록했다(현재는 1100만).‘오늘부터 우리는’은 음원 순위를 역주행했고 여자친구는 전국민에게 얼굴을 익혔다. 관심 속에서 나온 올 1월의 ‘시간을 달려서’의 음원 장악은 순조로웠다. 한국의 모든 순위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을 15개 음악방송 1위에 올랐다. 상반기 집계 가온차트 디지털 종합차트와 다운로드차트, 스트리밍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그에 비해 정규앨범의 ‘너 그리고 나’의 음원 차트 성적은 썩 좋지 않다. 발매일 7개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이틀째부터 주춤거린다. ‘학교 3부작’이라는 앞의 세 곡의 콘셉트 뒤에 들고 온 ‘레트로’가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쇼케이스장에서 많은 기자들이 궁금해했던 것도 ‘여자친구가 학교를 졸업했느냐’는 것이었다. 추억을 환기시키던 ‘학교’ 콘셉트와 차별화가 명확하지 못해 빚어진 혼란이다. 멤버들도 아직 졸업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학교 3부작’을 끝내고 새롭게 나아가겠다는 다짐이다. 학교의 연장은 아니지만 졸업한 것은 아니다. 종업식을 한 것이다.”(소원) “우린 아직 소녀예요.”(예린)

‘유리구슬’에서 ‘수업종’ 소리가 삽입되면서 시작된 학교 3부작은 안무·뮤직비디오·노래가 어우러지면서 여자친구만의 특색을 구현했다. 파워풀한 안무가 이전의 걸그룹과 확실한 차별점을 이루었다. 살랑살랑 추는 춤 대신 힘차게 팔을 쭉쭉 뻗으며 힘찬 동작을 해냈다. ‘오늘부터 우리는’에서 엄지가 허리를 굽히고 유주가 아래를 빠져나가는 사이 예린이 뜀틀을 넘는 동작은 최고난이도의 ‘체육’이다. 뮤직비디오 역시 시리즈가 나갈수록 심화되었다. 유리구슬의 ‘요정’처럼도 보이던 모습은 ‘오늘부터 우리는’의 소녀들의 일상으로 넘어왔고 ‘시간을 달려서’에서는 얼마전의 과거조차 ‘추억’으로 만드는 소녀들의 우정을 울컥하게 담았다.

아이돌 음악 웹진 <아이돌로지>의 글에서 편집장 미묘는 뮤직비디오 비평을 중심으로 여자친구를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의 아이돌은 최대한 근사한 세트 속에서 근사한 옷을 입고 근사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근사한 유사 인간”이지만 여자친구는 “시시한 현실과의 접점을 공격적이고 집요할 정도로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무인양품에서 샀을 듯한 물방울무늬 카디건”과 “중앙선 국철 역과 한강 철교”와 “시시한 그냥 뒷산” 등이 그 예다.

이번 앨범의 콘셉트에 대해서는 미묘 편집장은 애매한 정도가 아니라 ‘혼란이 적시’되었다고 말한다. “아무 맥락없이 소녀적인 것들을 모아놨다.” 졸업은 했는데 교복은 입을 수 없으니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과거를 소환하는 것이다. “이전을 다시 변주한다. 졸업을 깔끔하게 보여줬던 뒤라 서사에 혼란이 온다. (추억이라선지) 가슴을 치는 소녀들의 격정, 절박감이 보이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시간을 달려서’에서 소녀들이 졸업을 한 것이 ‘외통수’가 될 거라고 예견했다. 정규앨범은 미니앨범으로 이룬 성과를 이어간다기보다 묻어간다는 느낌이다. 앨범 속 각기 다른 장르의 노래 10곡은 고루고루 평안한다. 아름다운 노랫말은 오래오래 듣는 팬들을 위한 선물이겠지만 멀리 ‘물들이’지는 못할 듯하다. 물론 이번 앨범으로 끝이 아니다. 넘어져도 몇번이나 일어났던 씩씩한 소녀들이니까.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