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때 통기타그룹부터 30여년
전교조 교사노래패 ‘해웃음’ 스타
퇴직 뒤에도 합창단·듀엣 등 활동
암 수술·치매 노모 돌보며 ‘녹음’
“동네언니처럼 따뜻한 마음 전하려”
세월호 유가족에 ‘잘 지내요’ 헌정
전교조 교사노래패 ‘해웃음’ 스타
퇴직 뒤에도 합창단·듀엣 등 활동
암 수술·치매 노모 돌보며 ‘녹음’
“동네언니처럼 따뜻한 마음 전하려”
세월호 유가족에 ‘잘 지내요’ 헌정
첫 음반 낸 언더그라운드 가수 이순이씨
30년 넘게 언더그라운드 무대에서 활동해온 가수 이순이(52)씨가 최근 ‘동네언니’ 이름으로 첫 음반 <잘 지내요>를 냈다.
“저 자신을 비롯해 소중한 이들을 떠나보내고 허전한 마음을 지닌 모든 이에게 보내는 ‘안부편지’를 노래로 전하고 싶었어요.”
특히 표제곡 ‘잘 지내요’는 세월호 유가족에게 헌정한 노래로, 음원이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세월호가족협의회에 직접 전달했다. ‘여름밤’ ‘벗 하나 있었으면’ ‘사랑쯤이야’ ‘꿈찾기’ ‘시든 꽃’ 등 모두 6곡의 수록곡은 삶과 죽음, 사랑과 헤어짐,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백한 가사와 재즈풍 멜로디에 담고 있다. ‘동네언니’는 이런 삶의 이야기를 이웃집 언니처럼 편안하게 선율에 실어 들려주겠다는 뜻에서 만든 예명이다.
김보근 기자
실제로 노래는 ‘동네언니’ 자신의 삶을 관통하며 유지해준 가장 큰 힘이다. 고등학교 때 ‘참새와 동그라미’라는 통기타 그룹을 만들어 공연을 시작한 이래 그의 삶에서는 늘 “노래가 쉬지 않고 흘러다녔다.”
선생님이 되고 싶어 교대에 들어가서는 벨칸토 발성의 합창단에서 활동하면서, 음악교육을 부전공으로 이수해 성악으로 졸업 연주를 하기도 했다. 또 대학 내내 명동성당 가톨릭합창단과 전통 탈춤, 풍물·민요를 연구하는 모임인 가톨릭민속연구회에서 민요를 부르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전혀 다른 음악들을 접하면서 다양한 내공을 쌓은 것이다.
교직에 몸담았던 2007년까지 그는 전교조 서울교사노래모임 ‘해맑은 웃음을 위하여’(해웃음)에서 솔로로 활약했다. 건강 이상으로 퇴직한 뒤 2008년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꾸린 시민노래운동모임인 ‘평화의나무 합창단’ 창단에 참여해 지금껏 활동하고 있다. 2009년부터는 지인과 프로젝트 듀오 ‘일년에 한번'을 결성해 신촌·홍대·망원동 등지의 공연장에서 1년에 한차례씩 작은 규모의 콘서트를 열고 있다.
“문득 내 노래는 무얼까, 의문이 들었어요.” 2012년 암이 발병해 두번 수술을 한 이후였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면서 “내 이야기를 내 목소리, 내 숨결로 부르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암 치료 과정에서 남은 보험금을 털어 음반을 내기로 결심했다.
음반 작업은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해 꼬박 일년 동안 이어졌다. “내 숨결이 담긴 노래들을 만들면서 결국 내 자신을 찾는 과정이었죠.”
음반에는 ‘벗 하나 있었으면’(도종환 시, 주현신 곡)과 ‘꿈찾기’(손호준 글·곡)같이 해웃음 시절부터 불러온 노래도 있지만, 나머지 4곡은 그가 틈틈이 써놓았던 가사에 작곡가 신희준·복인웅씨가 곡을 붙여주었다. 녹음에 앞서 지난해 연말 ‘일년에 한번’ 공연에서는 직접 만든 새 노래 ‘여름밤’과 ‘사랑쯤이야’를 대중 앞에서 첫선을 보였다. 녹음 때는 평화의나무 합창단의 동료 단원들이 코러스로 참여해 끈끈한 우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노랫말에는 아픈 상처를 가진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거나 일상을 관조하는 아름다움을 담고자 했다. 표제곡 ‘잘 지내요’가 대표적이다. ‘잘 지내요’ 한 어구가 다양한 선율로 되풀이된다. “억양에 따라 묻고 대답하고 다짐하고 권유하는 말이 되기도 해요.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사람들의 가족·지인들에게 ‘잘 지내요’라고 묻고 ‘잘 지내요’라는 답을 듣는 식이죠.” 그 자신도 이 노래를 부를 때면 올 들어 치매가 악화돼 결국 요양원으로 보내드려야 했던 어머니와,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합창단 동료 등을 떠올리게 되고, 결국 차분한 선율 속에서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
‘동네언니’는 “50대에 늦깎이로 앨범을 내기 위해 보낸 지난 1년”을 돌아보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머릿속에 추상적으로 존재했던 ‘노래’를 밖으로 끄집어내어 선율을 붙이고 직접 부르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노래’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의 우리 이웃에 대한 사랑, 동료들의 자신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행복한 기운을 담은 노래들이 마음 허전한 많은 이의 가슴에도 따뜻하게 전해졌으면 합니다.”
tree21@hani.co.kr, 사진 동네언니 제공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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