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넓게만 느껴졌던 시골 외할머니댁 마당이 다 크고 보니 초라할 정도로 좁게 느껴진 적이 있다. 어린이의 눈으로 만나는 세상은 무한한 호기심의 무대이면서 한편으론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경험들로 가득하다. 국내 최대 어린이 청소년 공연예술축제인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의 24번째 주제는 ‘두려움을 용기로!’이다. 수많은 ‘처음’을 경험하며 막연한 불안함과 두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이를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하고 단단한 마음을 선물하려는 취지다. 20~3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아르코예술극장 등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다. 국내초청작 3편과 프랑스, 칠레 등 10개국 12편 등 총 15편이 아이들의 마음을 두드릴 예정이다.
공식개막작인 프랑스 ‘극단 아르코즘’의 <바운스!>(사진·20~22일)는 음악무용극이다. 더블베이스와 바이올린이 라이브로 연주되고, 무용수들은 ‘실패’와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열린 관점으로 해석해 보여준다. 루마니아 ‘애니메이션극단 탄다리카’의 <후아유>(22~24일)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놀이인형극이다. 루마니아 전래동화가 원작으로 끊임없이 “너는 누구니?”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어린이 관객이 ‘나’의 의미를 자각하도록 돕는다. 독일 ‘극단 퍼포밍 그룹’의 <지구사용설명서>는 두 명의 배우들이 스크린 위 영상과 어울려 연기하며 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다. 한국 ‘극단 북새통’의 <봉장취>(27~28일)는 “봉황이 울음을 운다”는 뜻의 전통음악 ‘봉장취’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쓰레받기, 빗자루 등 일상의 소품을 창의적으로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