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출신의 세계적 소프라노 아가 미콜라이. 사진 KBS교향악단 제공
가수의 입은 하나, 어찌 ‘천상의 삶’과 ‘세속의 유혹’을 동시에 노래할 수 있나?
소프라노 아가 미콜라이(45)가 구스타프 말러의 ‘천상의 삶’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일곱 베일의 춤’을 한 무대에서 노래한다. 전자가 아이의 시선으로 천국을 바라보는 것이라면, 후자는 팜파탈의 전형으로 꼽히는 살로메가 부르는 유혹의 극치다. 미콜라이는 오페라와 오라토리오를 넘나드는 폭넓은 레퍼토리와 미성으로 전세계를 누비며 활동하는 최정상 소프라노다.
미콜라이의 한국 공연은 제708회 정기연주회를 맞은 케이비에스(KBS)교향악단과 협연 무대다. 1부 프로그램에서는 슈트라우스의 작품 두 곡이 연주된다. 성경에 나오는 세례 요한의 죽음을 주제로 한 오페라 <살로메>의 ‘일곱 베일의 춤’과 가곡 ‘네 개의 마지막 노래’다. 미콜라이의 감성적 성악과 함께 요엘 레비가 이끄는 케이비에스교향악단의 다채롭고 이국적인 관현악 기법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일곱 베일의 춤’이 눈길을 끈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을 바탕으로 만든 이 작품에서 살로메는 요한의 목소리와 아름다운 몸에 반해 구애했다가 거절당한 뒤 유대 왕 헤롯에게 요한의 목을 요구한다. 살로메가 잘린 요한의 목에 입 맞추는 장면은 작가 와일드가 지향했던 탐미주의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번 무대에서 노래로만 듣는 게 아쉽다.
2부에서 미콜라이는 슈트라우스와 함께 후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거장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4번의 4악장 ‘천상의 삶’으로 청중을 안내한다. 말러 교향곡 제4번은 그의 작품들 중 가장 짧지만 가장 감동적이고 쾌활한 분위기다. 특히 4악장은 1892년에 작곡했던 소프라노를 위한 가곡 ‘천상의 삶’을 활용한 것으로 천국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을 노래했다.
폴란드 출신으로 독일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 활동한 미콜라이는 20세기 가장 유명한 오페라 가수 중 한 명인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에게 사사한 뒤, 모차르트 전문 가수로 명성을 쌓았다. 지금은 슈트라우스, 베르디, 바그너 등의 오페라에서 주역을 맡으면서 광범위하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구축했다.
주요 경력으로는 파리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데뷔한 뒤, 밀라노 스칼라극장(마술피리), 베를린 운터 덴 린덴 오페라하우스(돈 조반니), 몬테카를로 오페라(팔스타프), 볼쇼이극장(돈 조반니), 바이에른 슈타츠오퍼(라인의 황금) 등의 무대에 섰다. 또 구스타보 두다멜의 엘에이(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오자와 세이지가 지휘한 빈 슈타츠오퍼의 일본 순회 연주에 참여했으며, 2013년에는 다니엘 바렌보임과 영국 로열 앨버트 홀에서 협연한 바 있다.
미콜라이와 케이비에스교향악단의 협연은 오는 22일 저녁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3일 저녁 8시 경기 이천아트홀에서 열린다. (02)6099-7400.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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