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국악그룹 앙상블 시나위가 지난 19일 서울 대학로 홍차전문점 해마에서 검열에 항의하는 릴레이공연 ‘권리장전 2016 검역각하’를 응원하는 무료 연주회를 열고 있다.
“오늘 이 자리는 검열에 항의하는 릴레인 공연인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를 응원하고자 마련됐습니다.”
‘정치검열’ 파문의 중심에 섰던 박근형 연출(53)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박 연출은 세계적인 퓨전 국악그룹 ‘앙상블 시나위’가 지난 19일 서울 대학로 홍차전문점 해마에서 연 무료공연에 앞서, 이같이 공연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검열각하’의 김수희 예술감독과 송경화 연출이 앙상블 시나위에 요청해, 이런 소박한 공연이 성사됐습니다. 모쪼록 긴 여정에서 잠시 쉬어가는 자리가 됐으면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6월 시작한 릴레이공연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는 오는 10월까지 5개월 동안 계속된다.
박 연출과 함께 앙상블 시나위는 정치검열 파문의 피해 당사자다. 정치검열 파문은 지난해 박 연출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에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선정됐음에도 전작 <개구리>에서 전·현직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예술위 직원들이 사업포기를 강요한 사건이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앙상블 시나위가 국립국악원의 풍류사랑방 ‘금요공감’에서 올리기로 했던 낭독음악극 <소월산천> 공연이 ‘박근형과의 협업을 배제해 달라’는 국악원쪽 요구로 취소된 바 있다.
한국음악을 대표하는 앙상블 시나위의 작은 음악회는 1시간 20분 동안 이어졌다. 대아쟁·소아쟁의 신현식 대표, 가야금·보컬의 김양화, 양금·건반의 정송희, 타악의 장재효 등 4명이 빚어낸 화음은 작은 찻집을 큰 울림으로 채웠다. 특히 대아쟁의 거칠게 긁어대는 활질과 격렬한 장구 장단은 관객을 감동으로 몰아갔다. 찻집엔 김재엽, 송경화, 윤혜숙 연출 등 연극인들이 눈에 띄었다.
박 연출이 특별히 부탁한 연주곡은 <부용산>이었다. 일찍 떠난 누이를 기리는 박기동 시인의 시에 앙상블 시나위가 공동창작해 만든 곡이다. 무료공연이 끝난 뒤 신 대표도 “시나위 앙상블의 기운 받아 검열각하 연극 잘 해주십시오”라고 응원했다. 앙상블 시나위는 전통 무속음악의 뿌리인 산조와 무속 장단을 중심으로 연극과 무용, 미디어아트, 재즈 등 다양한 예술과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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