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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저는 자살폭탄범의 어머니입니다…

등록 2016-07-21 19:02수정 2016-08-12 15:59

신현림 시인이 본 로이터사진전
2011년 2월16일 러시아 남부 인구셰티야 공화국 알리유르트 마을에서 자살폭탄 테러범의 어머니 로자 예브로예바를 인터뷰한 사진. 20살이던 그의 아들 마고메드 예브로예브는 이 인터뷰 2주 전 모스크바 도모데도보공항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벌여 36명을 숨지게 하고 자신도 목숨을 잃었다. 다이애나 마르코시안 <로이터>기자. 로이터사진전사무국
2011년 2월16일 러시아 남부 인구셰티야 공화국 알리유르트 마을에서 자살폭탄 테러범의 어머니 로자 예브로예바를 인터뷰한 사진. 20살이던 그의 아들 마고메드 예브로예브는 이 인터뷰 2주 전 모스크바 도모데도보공항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벌여 36명을 숨지게 하고 자신도 목숨을 잃었다. 다이애나 마르코시안 <로이터>기자. 로이터사진전사무국
양파 껍질을 벗겨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지나보면 아무리 힘든 일도 그 양파 껍질을 볼 때와 같다. 그래서 바보같이 시간을 허비하며 가슴 아파했을까 하고 후회도 많았다. 그래서 골 아프고, 우울한 일에 크게 흔들림 없는 평상심으로 살려고 애섰다. 하지만 그 굳건해진 평상심도 자살 뉴스, 자살폭탄테러 뉴스를 만나면 몹시 흔들렸다. 커피 끓이는 일처럼 간단하지 않지만, 자살을 줄이는 데 창작자로서 무얼 해야 하나 고민했다. 또한 산다는 게 무얼까를 물었다.

옛 그리스인들에게는 산다는 건 본다는 것이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찬탄했다. 얼마 전에 로이터전을 구경하면서 옛 그리스인들이 이 전시를 보면 무슨 느낌이었을까, 상상해보았다. 여기에는 처절한 전쟁 장면부터 막 딴 토마토처럼 상큼한 사진까지 다 있었다. 그 많은 사진 중에 나는 이상하게도 자살폭탄테러범의 어머니 모습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이것이 롤랑 바르트가 말한 푼크툼일 것이다. 그냥 받아들이는 스투디움과 달리 푼크툼은 취향, 경험, 무의식 등과 이어져 순간적으로 확 당기는 것이다. 아마도 뼈아픈 슬픔에 빠진 표정에 모든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서였을 것이다. 자살은 유가족들에게 가장 무서운 영혼 테러다. 이중 삼중의 죄책감과 주변의 차가운 시선, 사회의 비난, 수치감까지 치유가 참 더디다고 한다.

로이터 전시를 보며 나는 평화에 대해 더욱 목말랐고, 사랑까지는 아니래도 연민마저 사라지는 세상이 염려되었다. 그리고 비가 와도 감기 들지 않고, 눈보라가 쳐도 나를 비껴가는 상상을 하며 수많은 소망등 사진 앞에서 기도했다. 소망 등불은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꿋꿋이 살겠단 깊은 다짐의 표현이다. 예술의 힘, 기록의 힘은 다들 바삐 달리는 인생을 멈춰 세워 다시금 생이 무언가 질문
신현림 시인, 사진작가
신현림 시인, 사진작가
하고, 소망등불을 들게 한다. 로이터전은 참 많은 생각과 양파 껍질보다 풋풋한 상상이 오가던 근래 최고의 전시였다. 사진마다 우리가 굳건히 살아 사랑의 기적을 일으키길 바라는 소망이 깊이 배어 있었다.

신현림 시인·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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