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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작은 뮤지컬들 ‘좋아요’…화제작은 ‘글쎄요’

등록 2016-07-28 14:51수정 2016-07-29 14:54

같은 시기 나온 초연 뮤지컬 3편
‘라흐마니노프’ ‘키다리 아저씨’ 등
작은 뮤지컬들 선전하는 가운데
화제작 ‘페스트’ 빈약한 연출 드러내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뮤지컬 기자들에겐 바쁜 한 주였다. 7월 셋째주, 초연작 세 편이 연달아 무대에 올랐다. <페스트>(20일 개막)<라흐마니노프>(21일 개막)<키다리 아저씨>(19일 개막)가 그 주인공들이다. 차례로 대극장-중극장-소극장 뮤지컬이다. <페스트>와 <라흐마니노프>는 국내 창작물, <페스트>와 <키다리 아저씨>는 소설이 원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라흐마니노프>와 <키다리 아저씨>는 둘 다 2인극이다. 공통점을 따라 세 편을 비교해본다.

페스트 대 라흐마니노프 <페스트>는 알베르 카뮈의 동명 소설과 서태지 음악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창작이기에 가능한 새로운 시도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6년의 제작기간이 무색할 정도다. 원작에서 2차 세계대전 직후였던 배경을 2028년으로 옮겼다. 기억제거 장치와 욕망해소 장치를 통해 사람들은 더이상 불행하지 않고 고민도 없다. 불과 몇십년 전인 20세기의 문화를 수백년 전 유물처럼 낯설어하는 설정은 ‘왜?’라는 물음을 불러일으킨다. 이야기를 대사나 노래로 풀어내지 않고 배우의 긴 설명으로 대체하는 연출 탓에 자신을 설명할 기회를 얻지 못한 캐릭터들은 평면적으로 다가온다. ‘사이버 전사’를 연상시키는 은색 복장, 로봇을 연상시키는 안무, 지나치게 계몽적인 대사 등은 서태지 음악 19곡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 프리뷰 공연 이후 내외부의 의견을 모아 타루의 영상편지 부분이나 몇몇 대사를 빼 약 5분 정도 줄인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라흐마니노프>도 새로운 시도다.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1번, 피아노 협주곡 2번 등 익숙한 클래식 음악에다 가사를 입혀 뮤지컬 넘버로 탄생시켰다. 곡 배치를 실제 곡이 탄생한 배경에 맞춘 것이 특징이다. 20대의 라흐마니노프는 야심차게 교향곡 1번을 발표하지만 세간의 혹평으로 신경쇠약에 빠진다. 무대에 처음 등장하는 음악이 교향곡 1번인 이유다.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 박사는 최면치료를 통해 그에게 “새로운 곡을 쓰면 관객들이 사랑해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준다. 고마움에 라흐마니노프가 박사에게 헌정한 곡이 피아노 협주곡 2번이다. 마지막 넘버 ‘옐레나’는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으로 만들어졌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피아노와 현악 사중주의 연주만으로 무대가 꽉 찬다.

뮤지컬 <페스트>.
뮤지컬 <페스트>.
키다리 아저씨 대 페스트 <키다리 아저씨>는 진 웹스터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편지 형식을 취한 소설을 따라 뮤지컬 역시 남녀 배우가 편지를 읽으며 진행된다. 키다리 아저씨의 도움으로 대학에 간 제루샤가 논증법을 배웠다며 문장마다 번호를 붙여 쓴 부분이나 사회주의자가 되겠다며 “전 프롤레타리아니까요”라고 말하는 구절 등 원작의 구체적인 부분까지도 무대로 옮겼다. 소설에서 제루샤의 편지 속에만 있던 ‘키다리 아저씨’ 제르비스는 무대 위로 불려나와 제루샤와 풋풋한 로맨스에 빠진다. 흔한 무대장치 하나 없이 배우들이 직접 9개의 상자를 옮겼다 쌓았다 하며 병원, 산 등 다양한 배경을 만드는 연출이 재치 있다.

반면 <페스트>는 결과적으로 카뮈의 소설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원작에서 남성인 ‘타루’는 여성으로 바뀌어 의사 리유와 로맨스를 벌이고, 리샤르, 코타르는 이름만 빌려왔을 뿐 소설과는 상관없이 ‘시민을 탄압하는 권력자’의 전형이다. ‘부조리함에 맞서는 저항’이라는 원작의 메시지는 이런 혼란 속에서 관객에게 쉬이 닿지 못한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라흐마니노프 대 키다리 아저씨 두 작품 모두 2인극 뮤지컬의 매력을 살렸다. 둘 다 서두르지 않고 주인공들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나가는 진득한 연출을 보여준다. <라흐마니노프>가 남자 간의 우정, 브로맨스를 보여준다면, <키다리 아저씨>는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창작 초연인 <라흐마니노프>에 비해 2009년 미국에서 초연한 라이선스 작품인 <키다리 아저씨>의 짜임새가 좀 더 매끄럽다. 2인극의 특성상 1인 다역을 해야 하는데 <키다리 아저씨>에서는 제루샤 역의 이지숙·유리아가 ‘꼬마 토미’와 고아원 ‘리펫 원장’ 등을 능청스레 연기한다. <라흐마니노프>에서는 니콜라이 달 박사 역의 김경수·정동화가 라흐마니노프의 엄격한 스승 ‘쯔베레프 교수’ 역까지 맡는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사진 각 기획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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