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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헬기 향해 활 겨눈 원주민들, 그들은 살아남았을까

등록 2016-07-28 19:15수정 2016-07-28 21:16

<로이터 사진전> 이 한장면
2012년 6월 브라질 북부 아우타미라 근처 벨루몬치 댐 건설현장 위로 날아가는 경찰 헬기를 원주민들이 활과 화살로 겨누고 있다. 댐 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된 300여명의 원주민, 어부, 환경운동가 등이 이 지역을 점거하고 있었으나 경찰에 진압당했다. <로이터>의 루나에 파하슈가 촬영했다.
2012년 6월 브라질 북부 아우타미라 근처 벨루몬치 댐 건설현장 위로 날아가는 경찰 헬기를 원주민들이 활과 화살로 겨누고 있다. 댐 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된 300여명의 원주민, 어부, 환경운동가 등이 이 지역을 점거하고 있었으나 경찰에 진압당했다. <로이터>의 루나에 파하슈가 촬영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예전에도 서로 싸웠고, 지금도 싸우고 있고, 앞으로도 싸울 것이다. 로이터 사진전에 가보면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전시의 포문을 여는 사진은?말 그대로 포문을 여는 사진이다? 1915년 프랑스에서의 전투 사진이며, 제2차 세계대전을 시작으로 수많은 혁명과 내전과 살상의 장면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전시장 곳곳에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사진도 무척 많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이 사진 밖으로 빛을 뿜을수록 인간들의 전쟁은 끔찍할 정도로 멍청해 보인다. 참상을 지켜보면서 처음엔 가슴 아팠다가, 화가 났다가, 어이없다가 끝내 실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이게 다 뭐란 말인가. 우리는 대체 왜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가.

나를 웃게 만든 사진이 한 장 있다. 브라질에서 찍은 루나에 파하슈의 작품인데, 헬리콥터를 향해 활을 겨누고 있는 원주민의 순진함이 내 눈에 꽂혔다. 작가는 사진에 이런 설명을 달았다. “정부나 대기업과 원주민의 충돌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 이 사진은 불평등적 요소와 여러 열세에도 불구하고 인디언들이 기꺼이 저항을 택했음을 보여준다. 이 사진을 찍은 직후 마을에 군대가 투입돼 많은 인디언을 살해했다. 군대의 공격을 기록으로 남긴 언론은 없었다. 나는 나중에 이 사진을 좋은 친구가 된 마을의 추장에게 보냈다. 그는 내게 사진을 보고 울었다고 말했다.”

김중혁 소설가
김중혁 소설가
작가의 설명을 들은 후에는 사진을 보며 웃을 수 없었다. 헬리콥터는 곧 마을에 착륙했을 것이고, 살육이 시작됐을 것이다. 로이터의 사진들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압축돼 있다. 사진 바깥에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가 더 있다. 수전 손택은 “카메라에 찍힌 현실에는 드러난 것 이상으로 은폐된 것도 많”다고 했고 “사진을 통해서 얻게 된 이 세계에 관한 지식은 양심을 자극할 수는 있을지언정, 결코 윤리적이거나 정치적인 지식이 될 수는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고 했지만, 사진 앞에 서서 시작해볼 수는 있다.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뒷이야기를 더 알기 위해 사진 앞에 서서 노력해볼 수는 있다.

김중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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