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살의 나이가 무색한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가 오는 10월 내한공연을 한다.
스위스 출신의 테너 위그 퀴에노(1902~2010)는 역사상 최고령 오페라 가수로 회자된다. 84살의 나이에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알토움 황제 역으로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서기도 했던 그는 90살까지 현역으로 활동했다. 국내에서는 2011년 70살의 바리톤 김성길이 서울시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의 제르몽 역으로 출연해 최고령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렇게 늦은 나이까지 오페라 무대에 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성악가가 오페라 무대에서 은퇴하는 시기는 보통 성대 노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60살 전후로 알려져 있다. 그 이후에는 자신의 컨디션에 맞게 레퍼토리와 공연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리사이틀 무대에 서는 경우가 많다. 전설적인 ‘스리 테너’ 중 한 명인 테너 호세 카레라스(70)는 이미 7년 전에 오페라 무대에서 공식 은퇴한 뒤 이따금 리사이틀 무대에만 섰고, 소프라노 키리 테 카나와(72) 역시도 60살이 되는 해에 오페라 무대를 떠나 리사이틀 무대에서만 만날 수 있었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의 경우 세상을 떠나기 전 71살까지 무대에 섰지만, 말년의 무대에서 립싱크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입길에 오르내렸다.
그렇기에 플라시도 도밍고(75)의 활약상은 두드러진다. 오는 10월2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내한공연을 여는 도밍고는 70대 중반의 고령에도 여전히 오페라에 주역으로 출연하고 있으며 기량도, 연주 빈도도 젊은 시절 못지않다.
도밍고의 이달(8월) 일정표를 살펴보면, 프랑스 오랑주 페스티벌에서 공연되는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제르몽 역으로 출연한 뒤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건너가 야외음악회 무대에 섰다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공연되는 마스네 오페라 <타이스>의 수도승 아타나엘로 분하며, 두바이 오페라극장 시즌 오프닝 갈라 콘서트에서도 노래한다. 그 사이 로스앤젤레스 오페라 총감독직도 수행하며 9월에 올라갈 시즌 첫 작품, 베르디 오페라 <맥베스>에서 맥베스 역을 맡아 리허설한다.
그의 왕성한 활동은 60년 가까이 이어져왔다. 18살인 1959년 멕시코시티의 국립가극장에서 바리톤 가수로 데뷔한 도밍고는, 20살에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테너 배역 알프레도를 맡은 뒤 40여년간 테너 가수로 활약했다. 나이 들어 음색이 어두워지자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의 오텔로처럼 테너 역할 중 극적이고 힘 있는 배역을 즐겨 맡았다. 그러다 68살이 되던 2009년 독일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베르디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를 통해 바리톤으로 본격 전향을 선언했다. 이후 드라마티코 테너와 바리톤 배역을 오가고 있다.
도밍고가 성악가로서 언제까지 활동할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그의 내한은 매번 조바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내한공연 관계자는 “도밍고의 마지막 한국 공연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조심스럽게 ‘고별 콘서트’라는 표현을 썼다. 공연 방식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마이크로 확성하는 아레나콘서트(경기장 음악회)이나, 1990년 파바로티, 카레라스와의 ‘스리 테너 콘서트’ 이후 수많은 아레나콘서트를 이끌어온 그이기에 일반적인 아레나 콘서트에 비해 음향 연출이 낫다. 그가 이번에도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깨끗한 음색과 매번 앙코르로 들려주는 우리 가곡 ‘그리운 금강산’의 정확한 한국어 딕션(성악에서 외국어 발음)으로 다시 한번 객석을 놀라게 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코리아아트컴퍼니 제공
75살의 나이가 무색한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가 오는 10월 내한공연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