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악의 디바’로 불리는 소프라노 임선혜가 지난 6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한겨레>에 그의 음악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마치 수면을 통통 스치는 물수제비 같았다. 현악과 하프시코드의 선율 위로 소프라노 임선혜의 노래는 가볍게 떠올랐다. 임선혜와 트럼펫은 서로 선율을 주고받았다. 지상의 소리인 임선혜가 운을 떼면, 천상의 소리인 트럼펫이 화답하는 듯했다. 바흐 칸타타 <만민이여 신을 찬양하라>가 끝나자 해발 800m 대관령 밤하늘로 박수와 환호가 치솟았다.
임선혜는 제13회 평창대관령음악제(7월12일~8월9일)의 프리마돈나였다. 개막공연에 이어 지난달 30일 베토벤 ‘다장조 미사’, 이달 3일 바흐 <결혼 칸타타>, 5일 알반 베르크 <일곱 개의 초기 가곡>에 이어 6일 바흐 <만민이여 신을 찬양하라>까지 5번의 공연은 그가 왜 ‘고음악의 디바’로 불리는지 증명하는 무대였다. 지난 6일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그를 만났다.
“다장조 미사는 베토벤의 장엄, 겸손, 성스러움이 깃든 곡으로 합창이 중요하고 솔리스트는 양념 역할이다. <결혼 칸타타>가 서정성이 굉장히 풍부하다면, <만민이여 신을 찬양하라>는 규모는 작지만 트럼펫과 소프라노의 조화가 흥미롭다.”
‘대관령의 임선혜’는 맑고 높고 경쾌한 음색이었다. 알반 베르크의 가곡 중 ‘나이팅게일’과 ‘꿈의 대관’에서 특히 빛났다. 처음 듣는 ‘나이팅게일’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마지막 네 개의 노래>를 연상시켰다.
“(멘토인) 필리프 헤레베허는 제 음색이 ‘금색’이라고 했다. 언론에선 고음 때문에 ‘은색’이라 했다. 스승인 헤르만 교수는 ‘맑은 고음에 눈물(트레넨)이 들었다’고 했다.” 눈물 때문에 깊은 슬픔이 담겼다는 말이다.
‘고음악의 디바’로 불리는 소프라노 임선혜가 지난 6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한겨레>에 그의 음악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임선혜는 23살에 유럽 무대에 데뷔했다. “독일 유학 간 지 1년 만에 필립 헤레베허의 오디션을 봤다. 한국에서 다 해본 곡이라고 거짓말을 했는데, 나중에 선생님한테 얘기하니 ‘정말이냐, 너 간도 크다’고 했다.”
강원도 철원 출신인 임선혜는 윌리엄 크리스티, 레네 야콥스, 헬무트 릴링 등 저명한 고음악 지휘자에서부터 주빈 메타, 정명훈 등의 마에스트로와 협연했다. 뉴욕 필, 뮌헨 필, 이스라엘 필 등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한 무대에 섰다. 헬무트 릴링과는 바흐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협연하기도 했다. 임선혜가 레네 야콥스와 함께 녹음한 다수의 실황음반은 평단과 대중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독집 <오르페오>는 리릭 음반 아카데미가 주는 엘리 아멜링 상을 받았다.
대관령/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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