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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칼이 솟구쳤다 근육이 춤췄다 자유를 외쳤다

등록 2016-08-14 15:00수정 2016-08-14 15:04

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

26~28일 국립극장 무대에
89살 거장 유리 그리고로비치
어쩌면 마지막 한국 무대
10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에서 수석무용수 이재우(오른쪽)를 비롯한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스파르타쿠스>의 군무 연습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10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에서 수석무용수 이재우(오른쪽)를 비롯한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스파르타쿠스>의 군무 연습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발레는 여성적이라는 편견을 버려라. 남성의 어깨에서 등을 타고 내린 근육이 발끝에서 허벅지를 타고 오른 근육과 다시 마주친다. 한 무용수의 근육이 다시 수십명의 근육과 어우러지면서 웅장하고 비장하고 드라마틱한 발레가 탄생했다. 노예 검투사 스파르타쿠스의 기상이 살아 숨 쉬는 남성 발레의 진수 <스파르타쿠스>다. 1956년 소련의 ‘인민예술가’ 아람 하차투리안(1903~78)이 작곡하고, 1968년 발레 거장 유리 그리고로비치(89)가 안무한 명작이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학에 바탕한 작품으로, 발레 역사에서도 ‘혁명적’으로 평가받는다.

국립발레단이 로마시대 민중봉기 지도자 스파르타쿠스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을 다시 소환한다. 관람 포인트는 남성적이고 역동적인 군무다. 하지만 네 인물의 미묘한 심리적 동선을 읽는다면 더 흥미로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귀띔한다.

#‘유리’의 안무대로 구슬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국립예술단체 연습동. <스파르타쿠스> 제2막의 안무를 맞춰보는 중이다. 국립발레단의 객원선생 이레크 무하메도프가 칼을 상대에게 겨눴다. 스파르타쿠스 역으로 유명한 무용수 출신이다. 그는 지금 그리고로비치의 안무대로 단원들을 지도하는 중이다. 원조 안무가 그리고로비치는 오는 21일께 입국해 단원들을 지도할 예정이다. 2001년, 2007년, 2012년에 이어 네번째 <스파르타쿠스> 공연이다. 2012년 공연 때와는 배역을 전면 교체해 새로운 작품으로 오른다.

땀에 흠뻑 젖은 단원들의 눈이 반짝 빛났다. 무하메도프가 “빰빰빠” 입으로 음악을 흉내 내며 “원 투 스리, 유 두잉!”이라고 외쳤다. 스파르타쿠스 역의 이재우와 로마장군 크라수스 역의 박종석이 뛰어오르며 칼을 높이 들었다. 다른 남성 무용수들도 일제히 칼과 방패를 들고 공중으로 솟구쳤다.

#강수진 “새로운 작품 될 것”

연습을 지켜보던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은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컸다. “매우 드물게도, 남성 무용수의 비중이 큰 작품이에요. 이번에 최고 무용수 무하메도프와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직접 지도하면서, 캐릭터와 동작을 새롭게 배울 수 있게 됐어요. 유리 선생님 나이가 있어 언제 다시 오실지 모르니까, 이번에 확실히 배울 수 있는 기회지요. 캐스팅도 변화가 많아요. 정단원이 된 지 1년밖에 안 된 종석이는 나르시시즘이 강한 역에 잘 적응하고 있고, 재우는 남성적이고 역동적인 안무를 잘 소화하고 있어요. 알면 알수록 새로운 작품으로, 두세 번을 보면 더 재미있을 거예요. 발레리나를 위한 작품은 많지만 남성 무용수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은 드물기 때문이죠.” 이번에 참여하는 남성 무용수는 모두 48명이다.

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의 지난 공연 장면.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의 지난 공연 장면. 국립발레단 제공
#에베레스트처럼 힘든 작품

남성 무용수에게 스파르타쿠스는 ‘에베레스트’로 불린다. 근육이 파열되기 직전까지 뛰어야 하는 험난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무하메도프도 현역 시절 이 공연을 일주일 하고 나면 체중이 6㎏은 빠졌다고 한다. 스파르타쿠스 역의 이재우를 휴식 시간에 잠깐 만났다. “더블 아상블레(다른 타이밍에 두 다리가 점프해 동시에 착지하는 기술), 그랑 주테(크게 높이 뛰기), 리프트(무용수를 높이 받치기) 등 기술은 어렵지만 크게 문제는 없어요. 그런데 중후한 캐릭터를 살리는 게 중요하고요. 워낙 힘드니까 체력적으로 보충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무하메도프 선생이 와서 가르치니까, 동작 시범을 직접 볼 수 있어 많은 걸 배웁니다. 캐릭터를 강하게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두 개의 관전 포인트

장광열 무용평론가는 <스파르타쿠스>의 관전 포인트를 두 가지로 요약했다. 먼저 남성적인 춤을 맘껏 즐기면서도, 주인공의 심리적 동선도 유심히 지켜볼 것을 권했다. “남성 무용수들이 칼과 방패로 춤을 추는데, 일반적인 남성 군무는 소품이 없는데, 이 작품에서는 전쟁 장면에서 칼과 방패를 들고 높이 점프합니다. 여기서 군무의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부분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네 명 인물 간의 갈등과 심리를 음미하는 것도 중요 관전 포인트입니다. 그리고 안무와 하차투리안의 음악도 굉장히 잘 결합해 있습니다.”

영웅 스파르타쿠스와 로마장군 크라수스가 남성적인 대립 구조라면, 크라수스의 애첩인 팜 파탈 예기나와 스파르타쿠스의 아내로 헌신적이고 청초한 프리기아는 여성적인 대립을 이룬다.

#다시 보고 싶은 작품 1위

<스파르타쿠스>는 특히 국립발레단에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초연 당시 국립발레단의 영역을 크게 확장하는 데 기여한 작품이자, 최근 몇 년간 놀라울 만큼 성장한 국내 남성 무용수들의 기량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라는 점이다. 전형적인 고전발레 속 비련의 여주인공이 지겨운 관객이나, 웃통을 벗고 등장해 쉴 틈 없이 돌고 뛰는 남성 무용수의 역동적인 춤이 궁금한 관객 모두를 만족시킬 작품이다. 국립발레단 관객이 선정한 ‘다시 보고 싶은 작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오는 26~28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휴식 포함 155분. 1만~3만원. 국립발레단 (02)587-6181, 국립극장 (02)2280-4114~6.

손준현 기자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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