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한국에도 ‘집시음악’ 바람 불까?

등록 2016-08-21 22:59

프렌치 집시 밴드 더스키80 첫 앨범 ‘걱정 안 해요’ 발매
집시기타 거장 박주원은 독일 2개 도시 단독 공연
한국 대중음악계에 ‘집시음악’을 표방하는 뮤지션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치고이너바이젠> 같은 클래식 음악이나 집시의 삶을 그린 에미르 쿠스투리차 감독의 영화 주제곡 등을 통해 알려진 집시의 선율이 국내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 자리잡는 징후로 읽을 수 있을까.

최근 앨범 <걱정 안 해요>를 발매한 ‘더스키80’(DUSKY80)은 자신들을 ‘프렌치 집시 밴드’라고 내세웠다. 타이틀곡인 ‘걱정 안 해요’는 “(당신이 떠난다고 해도) 마냥 좋았던 기억들 난 잊을 거예요/ 없던 일로 할 거예요/ 그 정도 사랑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하는 귀엽고 밝은 색채가 가미된 곡이다.

리더인 정용도는 프렌치 집시음악을 “프랑스의 우울감이 묻어 있는 집시음악”이라고 했다. 유럽 전역을 떠도는 유랑민족인 집시들이 발전시킨 집시음악은 헝가리, 루마니아, 러시아, 스페인, 프랑스 등 나라마다 다르게 진화해 각 장르를 형성할 정도가 되었다. 헝가리의 집시음악은 ‘헝가리 무곡집’을 펴낸 브람스 등으로도 연결되며 영향을 끼쳤고, 스페인의 집시음악은 플라멩코가 되었다. ‘더스키80’은 프렌치 집시음악에 한국적 색채를 가미해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로맨틱한 느낌”으로 노래를 만들고 연주한다.

‘프렌치 집시 밴드’ 더스키80. 맨 뒤부터 콘트라베이스 김대호, 바이올린 주소영, 기타 정용도, 기타 하범석, 아코디언 이건민, 보컬 지언. 더스키80 제공
‘프렌치 집시 밴드’ 더스키80. 맨 뒤부터 콘트라베이스 김대호, 바이올린 주소영, 기타 정용도, 기타 하범석, 아코디언 이건민, 보컬 지언. 더스키80 제공
더스키80은 기타와 콘트라베이스, 아코디언, 바이올린, 보컬로 이루어진 색다른 구성의 밴드다. 정용도는 팀 구성의 특징을 “야외에서 전기 없이 버스킹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집시들의 거리 연주에서 파생된 음악이다 보니 악기들이 ‘볼륨감’이 있다. 기타도 조금 더 크게 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진화했다. 프렌치 집시 기타는 공명통 입구가 좁고 피크가 두껍고 줄은 짧고 어택이 강한 소리를 낸다.

한국에 ‘집시음악’이라는 장르를 소개한 ‘젊은 기타 거장’ 박주원이 쓰는 기타는 또 다르다. 클래식 기타의 나일론 줄을 사용하는 스페인 집시 기타이다. 그는 2009년에 자작곡으로 된 1집 <집시의 시작>을 내면서 ‘한국형 집시음악’을 선보였다. 이후 2집 <슬픔의 피에스타>(2011)까지는 집시음악의 여러 가지 형태를 모두 연구하고 곡을 만들어내다가 3집 <캡틴>(2013)에서 스페인 집시음악 쪽으로 기울어졌다. 클래식 전공자인 박주원은 어느 밤 텔레비전에서 피아니스트 야니의 공연을 보다가 그 무대의 기타리스트에게 반했다. 수소문의 결과 이 기타리스트가 페루 출신에 집시 밴드를 한다는 것을 알고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집시음악은 경쾌하면서도 슬픔이 어려 있는 것이 한국의 정서와도 잘 맞다.”

정용도는 박주원의 밴드에서 베이스를 친 인연으로 ‘집시음악’을 접했다. 프랑스에 가본 적 없는 정용도가 프렌치 집시음악을 하는 것은 ‘인터넷 시대’이기에 가능한 일일 터이다. 그는 “젊은 친구들의 경우 유튜브 등을 통해 ‘선생님’ 없이도 완벽하게 테크닉을 구사하는 것도 많이 볼 수 있다”고 했다. 박주원은 “대형기획사가 음악을 주도하고 있지만 다양한 음악들 또한 무르익어가고 있다”고 우리 대중음악계 상황을 평가했다.

박주원은 한국에서 익힌 집시 기타를 들고 유럽을 찾았다. 19일 독일 베를린에 이어 25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단독 공연을 한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기타리스트 박주원. 그는 세 장의 앨범을 내며 한국에 ‘집시음악’을 소개했다. 제이엔에이치뮤직 제공
기타리스트 박주원. 그는 세 장의 앨범을 내며 한국에 ‘집시음악’을 소개했다. 제이엔에이치뮤직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