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 전문 피아니스트 올가 케른이 인발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협연한다. 서울시향제공
“라흐마니노프는 뛰어난 피아니스트였기에 그의 피아노 작품들은 놀라우면서도 연주하기에 편안해요. 정말 파워풀하고 감동적이에요. 라흐마니노프는 그의 천재적인 재능으로 저희 집안을 감동시켰어요. 저는 항상 라흐마니노프의 영혼이 저와 함께하고 있다고 느꼈죠.”
라흐마니노프(1873~1943) 전문 피아니스트 올가 케른(41)은 라흐마니노프와 4대째 인연을 이어왔다. “라흐마니노프는 메조소프라노였던 증조할머니를 자신의 무대에 서도록 했죠. 저희 가족은 당시 연주회 프로그램과 날짜·장소를 기록한 회고록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올가 케른이 오는 24·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엘리야후 인발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협연한다. 러시아 출신인 그는 17살에 라흐마니노프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우승하고 2001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으로 우승했다. 2004년 라흐마니노프의 코렐리 변주곡을 녹음해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고, 2005년 라흐마니노프와 발라키레프를 녹음한 ‘라흐마니노프 스페셜리스트’다. 그를 전자우편으로 미리 만났다.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은 라흐마니노프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해 쓴 마지막 작품입니다. 철학적이면서도, 놀라울 만큼 아름다운 피아노 음악의 보석입니다. 열정, 노력, 행복, 비애, 사랑, 슬픔 등 인간의 모든 감정을 경험할 수 있죠. 그는 죽음을 생각하며 라틴 성가 ‘진노의 날’ 선율을 도입했습니다. 마지막 두 마디에서 듣는 이들에게 정말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올가 케른은 2008년 서울시향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해 극찬을 받았다. “그때 제임스 드프리스트 지휘로 멋진 공연을 펼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탁월한 연주력과 에너지, 세심함으로 가득했던 무대였어요. 마에스트로 인발과는 2008년 프랑스 리옹에서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연주한 적이 있는데, 정말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중조할머니때부터 라흐마니노프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올가 페른. 서울시향 제공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유럽과 미국에선 한국 젊은 세대의 클래식 애호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어떤 생각일까? “참으로 긍정적입니다. 젊은 청중을 끌어들이고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은 오늘날 매우 중요합니다. 젊은이들은 독특하고 영향력 강한 ‘인생의 음악’을 들어보고 경험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올가 케른 집안은 지금도 음악가족이다. 부모 모두 피아니스트이고, 동생 블라디미르는 지휘자, 아들 블라디슬라프는 줄리아드 예비학교를 졸업한 피아니스트다. 그는 아들, 두 ‘타이 짧은 꼬리’ 고양이와 함께 미국 뉴욕에 살고 있다. 짬이 나면 수채화를 그린다.
인발이 이끄는 서울시향은 이번 연주회에서 브람스 교향곡 2번, 브람스 ‘다섯 개의 헝가리 무곡’ 17~21번을 함께 들려준다. 1588-1210.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