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이수빈이 오는 10월부터 미국 무대로 ‘바이올린 오디세이’를 떠난다. 동행하는 바이올린은 ‘1794년산 주세페 과다니니’다.
“올가을 미국 무대에 본격적으로 데뷔할 예정인데요. 9월1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미국 무대 프로그램을 미리 선보여요. 연주곡은 타르티니의 ‘악마의 트릴’, 베토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6번 가장조’ 등이에요.”
다음달이면 만 16살이 되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 앳된 소녀는 지금 ‘바이올린 오디세이’의 출항을 앞두고 있다. 오는 10~11월 미국 뉴욕, 워싱턴, 뉴저지, 플로리다 등에서 본격 미국 데뷔 연주에 나서고, 내년에도 미국을 순회 연주할 예정이다. 2014년 뉴욕 ‘영콘서트아티스트’ 오디션에서 최연소 우승해 미국 공연 기회를 얻었지만, 16살 이후에만 가능하다는 규정 때문에 미뤄야 했던 일정이다.
이번 ‘오디세이’의 또다른 주인공인 바이올린은 1794년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주세페 과다니니가 만든 고악기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이수빈이 올해부터 쓰는 악기로, 선배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지난해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할 당시 썼다. 222년 전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세계의 많은 연주자를 거쳐 임지영이 세계 무대에서 정점을 찍은 바이올린은 이제 이수빈의 연주 인생의 첫 항해를 함께하게 됐다.
16살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은 버르토크 곡을 더 공부해보고 싶어했다.
“이 바이올린으로 연주를 해보니까, 청중들에게 전달되는 음량이 훨씬 깊고 뻗어나간다는 느낌이에요. 제가 내고 싶은 소리에 빨리 반응하고 소리도 단단해요.”
이수빈은 11살이던 2012년에는 예후디 메뉴인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주니어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고, 2014년 ‘금호예술기금 예술의전당 음악영재 캠프&콩쿠르’에서 금호영재대상을 수상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남윤 교수를 사사하고 있다.
“베토벤 6번은 이번에 처음 공부한 곡이에요. 1·2악장은 피아노와 주고받으면서 부드러운데요, 특히 2악장은 멜로디가 눈물이 맺힐 정도로 좋고 3악장에서는 리듬이 빨라지죠. 제가 들어보고 너무 좋아 직접 프로그램에 넣었어요. 또 버르토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2번 다장조’는 처음엔 쉽지 않지만 저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재미있게 들을 수 있게 할 생각이에요.”
버르토크가 귀에 들어왔다. “대중적이지 않지만 버르토크를 공부해보고 싶었어요. 특히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등을 계속하고 싶어요. 아직 처음이라 무지 고생하지만, 하면 할수록 새롭고 재미있어요.”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은 없을까? “예후디 메뉴인 콩쿠르를 다녀온 뒤 사라 장, 이츠하크 펄먼 등이 소속된 영국 아이엠지(IMG)라는 기획사에서 콜을 받았어요. 새로운 환경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없지는 않았지만, 나이도 어리고 김남윤 교수님과 공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가지 않았어요. 다른 곳에서도 여러 차례 제의를 받았지만 가지 않았습니다.”
글·사진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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