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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칼을 든 ‘혁명과 사랑’…격정과 감동의 125분

등록 2016-08-29 16:11수정 2016-08-29 23:05

리뷰/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
남성군무 역동성에 애절한 2인무
마지막 장면은 ‘피에타’ 연상
직접 지도한 안무가 유리는
“최근 본 스파르타쿠스 중 최고”
국립발레단의 <스파르타쿠스>는 12명의 로마 병정, 12명의 스파르타쿠스 병사를 통해 남성적 에너지를 한껏 뿜어냈다.
국립발레단의 <스파르타쿠스>는 12명의 로마 병정, 12명의 스파르타쿠스 병사를 통해 남성적 에너지를 한껏 뿜어냈다.
“최근 본 스파르타쿠스 공연 중에 최고였다. 생명이 있는 움직임을 보여준 국립발레단에 놀랐다.” <스파르타쿠스>를 안무한 유리 그리고로비치(89)가 26~28일 국립발레단의 공연을 본 뒤 밝힌 극찬이다. ‘살아있는 발레의 전설’로 불리는 그는 이번에 무용수들을 직접 지도했으며, 첫날 공연이 끝난 뒤 무대에 올라 서울 국립극장이 떠나갈 듯한 박수를 받았다.

시종일관 강인하고도 애절한 격정과 감동의 125분이었다. 하차투리안 작곡의 웅장한 선율에 맞춰 무용수들은 꿈틀거리는 근육과 섬세한 춤으로 가슴 먹먹한 비장미를 구현했다. 기원전 로마시대 노예 검투사와 병사, 사랑과 이별, 저항과 복수가 ‘혁명의 서사시’로 오롯이 복원되는 순간이었다. 다시 보고 싶은 발레 1순위로 꼽힌 이 작품에 대해 객석 곳곳에서 또다시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반응이 나왔다.

먼저, 남성 군무. 12명의 로마 병정, 12명의 스파르타쿠스 병사는 일사불란한 에너지와 동작으로 남성 무용수 특유의 매력을 뿜어냈다. 4년 전인 2012년 공연과 견줘보면, 남성 무용수들의 체격과 기술이 몰라보게 성장했다는 평가다. 체격과 기술의 성장은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리얼리즘 발레의 전쟁 장면 구현에서 제대로 리얼리티가 살아나게 했다. <백조의 호수>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발레들과 <스파르타쿠스>가 무엇이 다른지 몸으로 증명하는 무대였다.

스파르타쿠스와 아내 프리기아의 ‘파드되’는 남성의 역동적인 춤 사이에서 격정적인 사랑을 표현해 더욱 아름답게 빛을 발했다.
스파르타쿠스와 아내 프리기아의 ‘파드되’는 남성의 역동적인 춤 사이에서 격정적인 사랑을 표현해 더욱 아름답게 빛을 발했다.
그다음 스파르타쿠스와 아내 프리기아의 ‘파드되’(2인무). 웅장하던 선율이 애잔하게 바뀌면, 스파르타쿠스(정영재·이재우·김기완)가 한 팔로 프리기아(김지영·김리회·박슬기)를 들어 올렸다. 남성 발레의 역동적인 춤 사이에서, 더욱 아름답게 빛을 발한 명장면이다. 프리기아의 솔로로 시작해, 스파르타쿠스와 함께 격정적인 사랑을 고난도 리프트 동작으로 표현한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로마 장군 크라수스(허서명·변성완·박종석)의 애첩 예기나(김리회·박슬기)가 매춘부를 동원해 스파르타쿠스 병사를 회유하는 장면은 ‘19금’으로 보일 만큼 적나라했다.

스파르타쿠스의 주검을 안은 프리기아의 모습에선 예수와 성모 마리아의 ‘피에타’ 형상이 겹쳐졌다. 프리기아는 두 팔을 하늘로 뻗어 ‘영원한 승리’를 표현했다.
스파르타쿠스의 주검을 안은 프리기아의 모습에선 예수와 성모 마리아의 ‘피에타’ 형상이 겹쳐졌다. 프리기아는 두 팔을 하늘로 뻗어 ‘영원한 승리’를 표현했다.
무엇보다 강렬한 대목은 맨 마지막 장면. 로마 병정의 무수한 창에 찔려 공중으로 들어올려진 스파르타쿠스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떠올리게 했고, 프리기아가 선보인 광란의 춤은 비탄에 빠진 성모 마리아를 연상케 했다. 마찬가지로 스파르타쿠스를 안은 프리기아의 모습에선 예수와 성모 마리아의 ‘피에타’ 형상이 겹쳐졌다. 프리기아는 두 팔을 하늘로 뻗어 ‘영원한 승리’를 표현했다.

아쉬운 대목도 있었다. 오케스트라 연주가 아닌 녹음 반주라 생생함이 반감했다는 점과 음향시설과 객석 배치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보다 뒤떨어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1만~3만원에 많은 팬들이 발레를 즐길 수 있었다는 점에선 고무적이었다. 장광열 무용평론가는 “남성 무용수의 다이내믹함이 무대에서 잘 구현됐고, 리얼리즘 발레답게 전쟁 장면의 안무가 잘 살아났다”고 평가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국립발레단 제공

로마 병정의 창에 찔려 공중으로 들어올려진 스파르타쿠스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떠올리게 했다.
로마 병정의 창에 찔려 공중으로 들어올려진 스파르타쿠스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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