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1일과 23일 한국 공연을 하는 독일 명문 도이치방송교향악단. 롯데콘서트홀 제공
누가, 무엇을 연주하는가. 청중의 발길을 공연장으로 이끌려면, 적어도 둘 중 한 가지 요소는 매력적이어야 한다. 이달 내한할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의 경우엔 둘 모두를 충족한다.
■ 또 한 번의 ‘오르간 교향곡’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가 연주할 브람스 교향곡 1번(21일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정통 독일 명문악단의 탄탄한 역량과 정체성을 확인시켜줄 만한 선곡이고, 이틀 뒤 연주할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23일 롯데콘서트홀)은 파이프 오르간의 시원한 음향 샤워를 선사해줄 선곡이다. 희소가치는 후자가 크다. 브람스 교향곡 1번은 독일 악단들의 투어 레퍼토리로 곧잘 선택되는 반면, 생상스 작품 중 최고로 손꼽히는 ‘오르간 교향곡’은 그렇지 않다. 악기 구성이 복잡하고,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된 연주 장소를 찾아야 하므로 부담을 느껴서일 것이다.
국내에서 어쩌다 이뤄지는 실연은 전자 오르간 소리를 스피커로 확성해 파이프의 울림을 대신하는 식이었다. 소리는 엉겨서 고르게 퍼져나가지 않았다. 이런 난점 때문에 이 곡은 국외에서 연주회장뿐 아니라 성당, 교회 같은 곳에서 즐겨 연주됐다. 음반 녹음 시에는 오르간 파트와 관현악 파트를 따로 녹음한 뒤 스튜디오에서 한데 섞는 경우가 흔했다.
지난달 롯데콘서트홀 개막 공연에서 연주된 서울시향의 ‘오르간 교향곡’은 장대한 파이프 오르간 음향으로 국내 청중의 묵은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줬다. 68스톱, 5000여개의 파이프를 지닌 대형 오르간 음향은 청중을 압도하며 왜 파이프 오르간이 ‘악기들의 교황’이라 불리는지 알게 했다. 이 곡이 다시 23일 롯데콘서트홀에 울려 퍼진다. 이후 한동안은 실연을 감상하기 어려울 테니 챙겨 들어봐도 좋겠다.
■ 지휘자 정명훈과 젊은 시절을 함께한 악단 도이치방송교향악단을 만나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의 마음은, 과거 차범근이 뛰던 분데스리가 축구팀을 만나는 축구 애호가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도이치방송교향악단의 전신인 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에는 세계 무대에서 정상급으로 손꼽히는 유일한 한국인 지휘자 정명훈의 젊은 열정이 서려 있다. 미국 줄리아드음악학교를 졸업한 뒤 엘에이 필에서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의 부지휘자로 일했던 그는, 1984년 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지휘 인생을 시작했다. 재임 기간 동안 윤이상의 교향곡 제3번을 세계 초연하고 음반으로도 녹음해 주목받았다.
그가 1984년부터 1990년까지 이끈 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은 독일 정부의 시책에 따라 2007년 카이저슬라우테른 방송교향악단과 합병해 도이치방송교향악단이 됐다. 이렇게 탄생한 도이치방송교향악단은 독일 및 유럽 각지에서 탄탄한 실력을 과시하며 여러 국제 음악제에 초청됐고, 2005년부터는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투어 연주를 벌였다. 한국은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다.
도이치방송교향악단 내한공연의 지휘는 한때 서울시향에서 정명훈의 부지휘자였던 성시연(경기 필 예술단장 겸 상임지휘자)이 맡는다.
김소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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